지역농협 합병, 규모화만 쫓아선 안 된다

  • 입력 2014.09.05 19:42
  • 수정 2014.11.21 10:1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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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충남 보령시 대천농협은 청라농협을 흡수합병했다. 합병과정에서 청라농협이 운영하던 오삼지소는 폐쇄하고 대신 공과금수납기와 ATM기를 설치했다. 전 오삼지소 관계자는 “신용사업과 마트사업을 폐쇄했는데 마트는 하루 매출이 수만원대에 불과해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70대 이상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사정상 기기안내만으론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농협직원이 상주해 안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근 지역엔 생필품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마트가 없다. 농협의 수익성이 지역민들의 필요보다 우선시된 셈이다. 이에 대천농협 관계자는 “오삼지점 경제사업만 남기고 폐쇄하는 걸 조건으로 합병했다. 신용사업과 마트사업을 재개해달란 탄원이 많지만 조합원들에게 이 조건으로 합병동의를 얻었기에 이를 지키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천농협은 합병 이후 임직원 수 130여명, 조합원 수는 7,000여명에 달하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 규모를 갖춰야 조합원과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데 정반대인 모습이다.

농협중앙회는 사업의 수익성만 따질수록 지역농협의 규모가 클수록 조합원과 지역농민들의 이해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며 합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전국 최대 지역농협인 순천시 순천농협은 1만 8,000여명의 조합원 중 대의원 수가 180명에 불과하다. 반면, 면지역농협끼리 합병한 고창군 대성농협은 조합원 수 3,000여명 남짓에 대의원 정원이 88명이다.

장세근 순천시농민회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대의원총회에서 표결을 해야할 때도 있는데 지역이 광역대로 넓다보니 대의원들 사이에 소통이 안 된다”고 말했다. 1명의 대의원이 감당할 지역이 넓을수록 조합원 개인의 목소리는 쉽게 묻힐 가능성이 높아질 터다. 조합원 개인이 규모가 커진 지역농협을 상대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농협중앙회의 설명대로 지역농협 합병은 경영위기를 타개할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규모화만 쫓다 농협의 순기능을 해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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