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가슴에도 싱크홀 있다

  • 입력 2014.08.31 17:08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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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건물 공사로 싱크홀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의식이 조금은 상승된 탓인지 모른다. 그런데 제2롯데월드 건물신축은 공사허가부터 잘못된 것이다. 서울공항의 비행로를 억지로 5도 비틀어내면서 건축 허가가 난 것이다. 물론 이명박의 밀어붙이기다. 잠실에 이런 고층빌딩은 이 지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잠실 지역은 모두가 모래밭이다. 홍수기에 떠밀려온 모래와 자갈이 쌓여 만들어진 부리도라는 섬이 현재의 잠실지역이다. 석촌호수는 1520년 홍수로 남쪽에 새로 난 새내(新川)인데 개천을 모두 메우고 남겨둔 곳에 물이 고인 일종의 인공 호수다. 1925년 을축년 홍수 때 까지 한강본류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모든 건축물은 사상누각인 셈이다. 이 지역의 지질 구조는 평균 20m정도의 모래층 아래 암반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암반도 화강암이 아니라 변성암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변성암은 화강암에 비해 무른 조직이다. 현대건축 공학자들은 이런 곳에도 마천루를 짓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공사에서 허점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싱크홀이 바로 그것이다. 지하수위가 높고 모래지반이라서 암반까지 파내는 공사는 지하수를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곳에 동공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공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지반이 연약해지면 내려앉아 사람들 눈에 띄는 싱크홀로 나타난다. 싱크홀이 자주 그리고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건축물 등의 굳은 지반 밑으로 동공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롯데측은 추석맞이 임시개장을 했다고 한다. 세월호로 각성된 안전은 다시 침몰하고 이윤만이 우리를 다시 지배하는 것인가?

자본은 이윤을 낳고, 이윤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비극을 낳는다. 쌀개방 선언은 우리쌀이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이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비극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농민들이다. 아무리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한들 경제성과 효율성은 강조되고 이윤을 위한 무한경쟁은 신조처럼 굳어 버렸다. 관료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끝없이 사상누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라는 말부터가 이윤이 쏟아진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말 자체가 사상누각이다.

생명이라면 보살펴야 한다.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물을 주고 태양을 주어야 한다. 끝없이 경쟁하라를 외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다. 롯데의 마천루가 경쟁에서는 이길지라도 생명을 경시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문제가 있으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돈으로 가치를 결정하는 것보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농민들 가슴에 뚫린 싱크홀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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