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식자재매장, 수입산 식재료 봇물

고창농협 식자재매장 중국산 고춧가루 등 판매 물의
농협, 전국 각지서 단순가공 수입산 식재료 무더기 판매

  • 입력 2014.08.31 16:17
  • 수정 2014.08.31 21: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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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농협 식자재매장에 수입산 원재료를 쓴 식재료가 넘쳐나고 있다.

농협이 전국 식자재매장을 통해 원재료가 수입산인 식재료를 대량 취급해 논란이다. 농협은 식자재사업 확대 명분으로 국산 농산물 판매 증진을 내세웠으나 각종 수입산 식재료 판매로 식언을 한 꼴이 됐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관한 농민들의 우려가 높은 만큼 구체적인 수입산 식재료 취급 원칙을 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 고창군 고창농협 식자재전문매장은 중국산 고춧가루를 포함해 콩가루, 볶은 참깨·들깨, 목이버섯·표고버섯 슬라이스 등 10여개 품목 남짓의 수입산 식재료를 판매하는 중이다. 이를 최초 제보한 농민은 “조합장을 만나 수입산 식재료 판매 중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이 곳의 지역농협들은 자체적으로 가공공장에서 고춧가루와 볶은 땅콩을 가공·판매해왔다. 그럼에도 식자재매장에선 수입산 제품만 취급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유덕근 고창농협 조합장은 “고창지역은 광주시까지 30분 거리밖에 안 된다. 그래서 식자재매장 회원들이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왜 광주로 가서 시장을 보게 만드냐’는 건의가 많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식자재 특수성 이해해야”…“제 살 깎아먹기 말이 안 된다”

전북지역에서 농협 최초로 식자재매장을 연 전주하나로클럽 식재료 전문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본지 확인 결과 이 곳에선 마늘가루·생강가루·도토리묵가루 등을 포함해 중국산 찐찹쌀을 원재료로 한 찹쌀가루, 중국산쌀로 만든 쌀과자 제품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농협 전주유통센터 관계자는 “가공을 하지 않은 농산물은 국산을 쓰고 있다”며 “식자재시장은 특수한 분야기 때문에 수입원재료를 가공한 식재료는 소매와 달리 취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부의장은 “각 지역 농협 RPC들이 소비부진으로 쌀이 안 팔린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데 정작 농협이 수입쌀 식재료를 파는 건 제 살 깎아먹기 아니냐”며 “개인에겐 안 판다며 대량소비처인 요식업소 회원에게 수입산 식재료를 파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농협 식자재매장인 서울 양재하나로클럽 식자재매장에선 자숙브로컬리, 자숙대두, 유탕고구마, 유탕감자 등이 냉동고에 진열돼 있었다. 자숙브로컬리는 반으로 잘라 삶았을 뿐 원형을 거의 유지한 모습으로 냉동돼 있었다. 한 수입산 볶음깨 제품은 포장에 ‘전통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린 OO입니다’란 선전 문구를 걸고 있었다. 그 외에 중국산 찹쌀누룽지, 중국산 맛밤 등 간식거리와 중국산 깐마늘 장아찌·마늘쫑무침·된장깻잎지무침 등 각종 양념채소반찬류도 진열대에 올라 있었다.

이원일 농협유통 홍보실장은 “일반 식자재매장은 1차 농산물도 수입산을 쓴다”며 “가입한 회원들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식자재매장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수입산 원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기준으로 가공제품을 구성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논리다.

가루로 빻거나 삶는 등 기본적인 가공만 한 채로 수입산 농산물이 원재료인 식재료를 판매하는 건 농협이 식재료사업을 확대할 때마다 강조한 명분과 거리가 멀다. 농협은 지난 2월 식자재 영업조직 발대식을 열고 유통사업장 구매권한을 본부로 이전해 구매교섭 창구를 일원화했다. 발대식에 참여한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우리 농산물을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농협 식자재매장 관계자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식자재 구매권한을 가진 농협중앙회의 농협 정체성에 맞는 수입산 원재료 식자재 취급 기준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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