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교통지옥, 농촌

  • 입력 2014.08.29 13:14
  • 수정 2014.08.31 21:15
  • 기자명 전빛이라·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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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이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꽉 막힌 도로.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통지옥의 모습이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이동하는 사람도, 버스도 없는 현상을 보며 교통지옥이라 말한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대중교통 역시 줄어들거나 노선 자체가 폐지되는 것이 부지기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화된 농촌에서 노인들은 병원을 한 번 들르는 것조차 ‘일’이 되고 말았다. 교통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자체별로 희망택시, 소형 버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군에 국한된 교통편이다 보니 인근 시군까지 연결하는 교통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농촌의 교통 상황은 어떤지, 정부는 교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농어촌버스 지속적으로 감소…교통사고도 빈번
열악한 농촌의 교통 환경

농촌의 교통 환경은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개인적인 운송수단이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좀 낫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버스를 주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선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고 하루에 2~3번밖에 운영하지 않는 탓에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농촌 버스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어 농촌 주민들의 불편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농어촌버스는 농촌 지역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10여년 전 부터 농어촌버스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탈농 현상으로 인한 농촌 인구 감소와 자가용 보유 농가가 늘어나면서 대중교통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농어촌버스 차량대수는 2003년 2,058대에서 2012년 1,796대까지 감소했다. 버스 업체 수 역시 106업체에서 88업체까지 감소했다.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버스 업체도 경영난에 빠지게 된 것.

<농어촌버스 차량·업체 수 변화>
연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차량대수 2,058 1,910 1,881 1,887 1,879 1,869 1,877 1,890 1,872 1,796
업체 수 106 99 99 100 97 92 90 90 88 88

이렇듯 농촌 대중교통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농촌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상대적 교통 약자가 많은 농촌에서 노인들의 발이 되어줄 교통수단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2년 농촌 지역 500가구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의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버스 운행 횟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없는 버스, 버스 운행 시간 정보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거주지에 도착하는 마지막 버스의 시간이 저녁 6시 이전이라는 응답도 4.0%나 됐고 저녁 9시 이전이라는 응답은 46.6%에 이르렀다.

또 농촌 안에서도 농가와 비농가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농가가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농가의 경우 버스 운행 빈도가 하루 1~2회라는 답변이 전체의 5.3%에 불과했지만 농가의 경우 8%에 달했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농가가 비농가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교통사고에 노출된 농촌

농촌은 도시에 비해 교통사고 피해 정도가 크다. 교통량이 적어 빈도는 낮을지 몰라도 교통사고 사상자 중 사망자의 비율이 도시보다 높다. 어린이와 노인 등 신체적 약자의 교통사고 비율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통안전 환경이 미비하고 농사일에 이용하는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다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2000년 342건에서 2012년 407건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농번기 때 교통사고가 더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 사상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이 10.6%로 전체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 1.5%보다 7배나 높다. 농기계 운전자 중 고령자 비율이 높고 농기계에 안전벨트 같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가로등 시설이 부족한 농촌 도로의 상황도 농촌 주민들을 위험 속에 노출시키고 있다.

농촌 지역 특화된 교통 필요
농식품부,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 대상지 선정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지역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

선정된 교통모델은 앞서 르포를 통해 소개된 충남 서천군 희망택시과 같은 택시형 6개와 충북 옥천군 도서관 버스와 같은 마을버스형 6개, 택시·버스 복합형 1개다. 지역으로는 모두 13개 시군이며, 225개 마을 주민 2만5,974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버스 노선이 폐지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됐거나 읍내까지 먼 거리를 걸어 나가야 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기획됐다. 대형버스 운행이 어려운 농촌 지역에 적합한 교통모델을 발굴·확산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농촌 지역은 지하철과 택시 등 버스 이외 교통수단 이용에 한계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자가용 운행이 어려운 영세고령층 등에게는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용수요 감소와 운수 사업자의 채산성 악화로 버스마저 운행이 감소하거나 폐지되고 있어 배후마을 일수록 대중교통 이용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201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6,000개 가운데 시내버스가 전혀 운행되지 않는 지역이 9%이며, 하루 10회 미만 운행 지역은 43%에 달한다.

이번 사업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군은 향후 2년간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사업내용은 기존의 대중교통 노선을 보완한 ▲환승 거점지 교통서비스 연계 ▲직거래·농촌관광 등 경제활동 지원 ▲목욕탕, 보건지소 등 복지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 등이다.

운영주체는 마을자치회와 협동조합, 작목반, 농어촌버스업체 등이며 마을주민이 계획 수립과 운행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시군은 인·허가, 조례 제정 등 사업 시행을 위한 조치를 오는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조치가 완료되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운행을 시작하게 된다.

차량 유지와 관리, 승객과 차량의 보험가입 등에 대한 안전관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준용하고, 시도 및 시군이 추진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지도·관리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농촌에 수요응답형 교통사업을 도입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을 완료, 하위법령 개정을 진행 중에 있다. 수요응답형교통서비스란, 노선과 시간이 고정된 버스와 자유로운 택시의 중간단계로, 예약형 버스와 같이 수요를 반영하는 대중교통 체계를 말한다.

이번 농촌형 교통모델에 선정된 13개 시군의 사업 내용을 소개한다.

양평군  서종면의 오지 농촌마을 대상. 12인승, 15인승 승합차량 이용해 기존 운행 노선이 없던 문호리 종점에서 면 소재 목욕탕까지 버스 운행.
춘천시  조교리 작목반 영농조합법인이 11인승 소형 승합차를 구매해 주민이 운행하고 춘천시가 운영비 지원. 이용요금 1,000원. 북산면 조교리에서 홍천군 두촌면 하루 3회 왕복 운행.
순천시 25인승 소형버스 이용. 황전면 비촌리 등 32개 마을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3km 하루 3회 운행.
예천군 마을 진입로가 협소한 9개 배후마을 대상. 면소재지의 버스환승 거점까지 25인승 승합차로 하루 2번 순환 운행. 이용요금 1,200원.
울진군 현재 25인승 마을버스 운영. 향후 34인승 마을버스 추가 도입으로 주민 이동권 보장.

서귀포시            

대중교통 미운행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의 버스환승정류장 또는 교통 서비스 요충지까지 이동을 지원하는 환승거점 연계형 모델 도입.
안성시 시내버스 미운행 마을 행복택시 운행 및 이용주민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부안군 버스 벽지노선 지역에 버스 대신 11인승 소형 승합차 운행. 버스마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택시를 운행하는 교통서비스 제공. 승객의 교통 수요가 있을 때만 탄력적으로 운영.
무안군 현재 시범 추진 중인 ‘무안 행복택시’ 9개 마을에서 18개 마을로 확대 운영 계획. 버스 요금 1,200원으로 택시를 이용해 마을회관에서 버스정류장이나 복지관, 병원 등 주민이 원하는 지점까지 이용 가능.
의성군 지역 택시 가운데 마을별로 전담 택시 한 대씩 선정해 월 6~8회 운행. 요청된 날짜에 택시가 마을로 들어가 주민 수송.
성주군 벽진면 24개 마을에 환승거점지인 면 소재까지 택시 운행. 이용요금은 500원. 벽진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과 연계해 중심지 기능 강화 및 배후마을 간 접근성 강화 추진.
함양군 대중교통 미운행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의 버스환승정류장 또는 교통서비스 요충지까지 이동 지원.
완주군

과거 농산물 출하를 위해서는 완주-전주에서 버스정류장 18개 이상을 경유하며 1시간 40분 가까이 이동해야 했지만, 25인승 버스의 경우 마을에서 직매장과 면소재지까지 직통 운행. 택시는 버스정류장까지 20분 이상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지역이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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