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그리고 농민운동

  • 입력 2008.01.28 09:45
  • 기자명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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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발표를 통해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하고, 해양수산부의 기능 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하며, 농진청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느닷없이 농진청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웬 말인가?

국민 섬기고 농민은 무시하고?

▲ 강민수 농민연합 사무국장
인수위가 내세운 농진청을 비롯한 1차 산업 연구기관 폐지의 주요논리가 정부예산의 절감과 연구의 효율성 확보에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2005년 기준으로 정부출연기관의 재원 중 95%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진청을 정부출연기관으로 전환한다 해도 예산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더욱이 1차 산업의 연구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이 소요되는 매우 장기적 연구과제인데 농진청을 폐지하여 연구의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상황에 대해 무지하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것 둘 중 하나다. 차라리 공무원 수를 줄이기로 작정하고 살펴보니 농업부문이 제일 만만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솔직한 처사라고 생각하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통령 당선인이 농민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혹시 이명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국민 속에 농민은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새만금을 동아시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이 당선인의 공약은 차기정부의 농업정책 방향을 가장 잘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건설사 사장 출신답게 농토를 식량이 생산되는 곳이 아니라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토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인수위도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파악했는지 농촌진흥지역 등의 농지를 공장건설 용지 등으로 전환할 경우 같은 면적의 대체농지를 마련토록 한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강구 중 이라고 한다. 농사의 기본은 사람과 농토인데 1차 산업의 국가연구기관 공무원을 일거에 3천명이 줄이고 농토에 빌딩을 짓고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앞으로 5년이 답답할 뿐이다.

이 당선인의 농업관을 한미디로 정리하면 시장과 실용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시장과 실용만으로는 결코 한국 농업을 구원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농업정책이 실패한 것은 시장주의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장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장 2월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현 정부는 물론이고, 인수위도 한미FTA의 국회비준을 처리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한중FTA가 추진 중에 있으니 이러한 기조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해도 변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러한 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농업이 더 어려워 질 것은 뻔한 일이다. 이 전쟁에서 경쟁력 있는 소수의 농민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면 농민운동은 과연 농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농민운동의 의제가 과거 지향적이며 점차 고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의제전환과 실천적 연대가 없다면 농민운동은 국민적 냉소의 늪으로부터 쉽게 빠져 나 올 수 없을 것이다.

농민운동이 농업을 구원하자면 농민운동의 의제와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과거 지향적, 방어적 의제에서 공세적, 미래지향적 의제로 의제의 전략적 노선 전환과 투쟁대상의 과학적 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농민운동의 의제와 방향 전환이 도시소비자, 젊은 세대, 환경단체, 학계, 진보적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지지와 호소력 발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첫째, 현재 농업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세대적, 지역적 고립을 극복하고 도시와 농촌이 연대하고 투쟁할 수 있도록 국민농업을 실현해야 한다. 먹을거리 안전문제, 우리농산물 학교급식과 단체급식, 유기농과 생활협동조합 조직운동, 도시농업 및 주말농장 체험 등을 매개로 도시와 연대하고, 환경친화적 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문제 등을 통해 환경운동 세력과도 연대해야 한다.

희망의 거점 확대 구축해가야

둘째, 투쟁의 구호와 방법도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위를 하는 목적은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공감대확산하며 내부적으로는 투쟁을 통해 조직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물리력 행사 시위는 지속가능한 투쟁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운동방법의 대안적 접근이 요구된다. 농민운동은 전체 사회변혁과 더불어 지역적으로 ‘희망의 거점’을 구축 확대해 가야 한다. 농업은 지난 20여년 간 각자의 영역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분화한 민족민주운동 세력의 다양한 가치와 실천을 통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진보적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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