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수확량 줄고 값은 안 나오고 … 속 타는 농민들

재고량 평년보다 2~3배 많고 수입물량 넘쳐 … 시장 ‘포화’

  • 입력 2014.08.23 20:59
  • 수정 2014.08.24 08:55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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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와룡면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정갑호(59)씨가 말린 고추를 살피고 있다.

“수확량은 줄었는데 값은 왜 이리 안 나오는지….”

고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한숨어린 목소리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모산골길에서 34년 동안 고추 농사를 지어온 정갑호(59)씨는 올해 고추 수확량이 평년의 60%정도밖에 안 되는데다 가격마저 좋지 않아 근심이 깊다. 지난해 건고추 값이 600g에 5,000~6,000원에 이를 정도로 폭락했을 때보다 소득이 감소했을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정씨는 “두 달 넘게 가뭄이 계속돼 물을 대려 해도 지하수가 안 나와 물을 못 줬다. 바이러스 병도 심해졌다”며 “생산비, 특히 인건비가 비싸 고추값이 근당 1만원 이상은 돼야 이를 감당할 수 있는데 계속 이렇게 시세가 안 좋으면 고추 농가는 너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정씨의 아내 김옥한(55)씨는 “품값이고 농약값이고 올라가지 내려가는 건 없다. 여기서 값이 더 떨어지면 농사짓는 사람 죽으란 소리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21일 가락시장 기준 건고추 양건 600g 상품은 8,000원, 화건은 7,250원이다. 경북 안동, 영양 등 고추 주산지를 중심으로 고추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추 값이 맥을 못 추는 주 원인은 평년보다 2~3배 많은 고추 재고량으로 인한 소비 감소 그리고 고추 수입 물량 때문이다.

지난 18일 기준 정부가 보유한 건고추 물량은 8,173톤, 농협 보유물량은 1,431톤이다. 여기에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일반 상인들의 보유물량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많게는 4만톤, 아무리 적어도 3만톤 이상의 재고물량이 남아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노수정 연구원은 “2012년부터 고추값이 안 좋았다. 현재 재고 물량 중 25% 정도는 2012년산이다. 재고량이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 평균적으로 1만톤 정도였는데 지난해도 워낙 생산량이 많아 비축물량이 넘쳐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연수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 경매사는 “지금은 추석 전 일반 가정에서 소비가 좀 있고 농협 수매가 이뤄지고 있어 그나마 근당 5,000~7,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CJ 해찬들이나 대상식품 등 우리나라 고추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공업체는 지난해 고추 시세가 쌀 때 이미 재고량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공판장에 오시는 농민분들 중 물량이 줄어 앞으로 가격이 오를 거라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폭우 등 날씨 변수가 없는 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시세가 더 내려가면 정부수매 얘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농협도 가득 찬 창고를 비워야 수매를 할 텐데 문제가 크다”고 걱정했다.

줄어들지 않는 수입량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건고추 수입량은 국내산 시세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9만6,000톤이 수입됐으며 올해 수입량도 이와 비슷한 추세다. 조 경매사는 “2011년 국내산 고추 값이 근당 2만원까지 치솟았을 때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공업체가 국산 고추 사용비율을 줄였다. 또 상당수 식당도 수입산으로 돌아서면서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비축 분 방출 계획은 없으며 올해 생산량이 집계 되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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