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하기만한 답변 “예산이 없다”

  • 입력 2014.08.23 20:15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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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부족하다, 예산만 확보되면….” 농민들이 정부기관에 무언가를 요구할 때 아마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분노보다 허무함이 먼저 밀려오는 답변.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남양호의 물을 끌어다 쓰는 농민들이 오래된 남양방조제로 인해 수량이 부족하고 수질이 악화됐다며 정부에 남양호 준설을 호소한 기간이다.

이들이 그동안 화성시와 농어촌공사 등으로부터 들은 말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어렵다는 말뿐이었단다. 총 준설 예산이 2,300억원이니 그럴 만도 하다. 1973년에 설치돼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수리된 적 조차 없으니 어마어마한 예산이 추정되는 것 또한 그럴 만도 하다.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그렇게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동안 남양호 근처 농가는 장마철이 되면 농경지 침수를 겪어야 했고, 가뭄이 오면 물 부족 현상을 겪어야 했다. 최근에는 수질 악화로 친환경 농가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12년도 남양호 구조개선 실태조사 실시 이후 피해 농가들이 도저히 참지 못해 서명을 받고 남양호 준설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지금까지도 아무 것도 진척된 사안이 없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들어가지도 않았다. 11년 동안 예산 확보를 위한 의지는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따름이다.

내달 초에 착공되는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 물넘이 확장공사도 1964년 저수지를 막은 보수 공사 뒤 50년 만에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다. 예당저수지 시설 보수 역시 예산 문제로 지지부진 했지만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안전성이 위협받았고, 그 해 국정감사에서 예당저수지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이뤄졌다.

남양호 역시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하루 빨리 준설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동은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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