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육우송아지

FTA 직불제에서 소외된 농가
농식품부 “화제가 되면 검토한다”

  • 입력 2014.08.23 07:32
  • 수정 2014.08.23 07:3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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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FTA 피해보전직불금이나 폐업지원금을 받는데 왜 육우는 받지 못할까. 많은 육우농가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이다. 한우보다 더욱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정책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느낌에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폐업지원금은 FTA 직불금 대상품목 중에서 2차 선별한다. 그런데 재배·사육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20개월 이내로 사육하는 육우 비육농가나 2~3개월 사육하는 초유떼기 농가 모두 폐업지원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FTA 직불금의 경우엔 대상품목으로 선정되려면 수입물량 증가 외에 평균가격 하락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평균가격이 직전 5개년 가격 중 최고·최저가를 제외한 3개년 평균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 육우 큰소는 지난해 가격이 3개년 평균가격 대비 약 94% 수준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문제는 육우송아지다. 축협 우시장을 통해 거래돼 가격 기록이 철저한 한우송아지와 달리 농가와 수집상 등 개인단위로 비공식 거래되는 육우송아지는 이렇다 할 가격 기록체계가 없다.

농협중앙회에서 각 축협의 일부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월 3회 설문조사를 통해 합산한 평균가격이 유일한 기록이지만 말 그대로 설문조사에 의존한 것으로 정확한 자료가 될 수 없다. 더욱이 분유떼기 송아지는 현장에서 보통 3개월령에 거래되는데 농식품부에서 2개월령을 기준으로 조사토록 지시했다. 그 결과 표본 수는 터무니없이 적어졌으며 일부 축협에서는 여전히 3개월령을 기준으로 조사하고 있어 지역별 가격편차가 2배 가까이 난다.

▲ 육우송아지에 이렇다 할 가격기록체계가 없어 FTA 직불금 대상 심의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농식품부는 큰 문제의식이 없는 듯 하다. 사진은 경기 안성의 유영진씨가 기르고 있는 육우송아지들.

5~6년 전 두당 70만~90만원을 오가던 육우 분유떼기 송아지 가격이 현재 30만~35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현장의 증언을 고려하면 가격을 정확히 집계했을 때 육우송아지도 FTA 직불금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육우송아지는 FTA 직불금 지급대상 심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며, 아무도 이에 관심갖지 않았다.

경기 안성에서 육우 초유떼기 송아지를 키우는 유영진(53)씨는 “(초유떼기)송아지 값에 분유값, 약값을 합치면 15만원, 여기에 사료값이 15만원 가까이 된다. 분유떼기로 키워 35만원 정도에 팔지만 낙농가에서 골칫거리인 수송아지에게 초유를 잘 먹이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 이곳에서 폐사가 30~40%나 발생한다. 1주일 사이에 34마리가 죽은 적도 있다. 3년 전만 해도 이 지역에 내가 아는 초유떼기 농가만 30~40곳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4곳만 남았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씨는 “정부가 육우송아지를 송아지로 보지 않고 낙농가의 부산물 정도로만 보고 있다. 낙농가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만큼 육우가 한우보다 경제 가치가 높을 수 있는데 한우 위주의 쇠고기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 낙농·육우 담당자는 육우송아지의 FTA 직불금 관련 건을 묻는 질문에 “육우가 왜 FTA의 피해를 받느냐”, “가격기록체계는 올해 육우자조금이 출범했으니 자조금에서 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답하는 등 책임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 동안 이에 관해 아무도 얘기하는 일이 없어서 논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좀 더 화제가 되면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낙농가에서는 수송아지가 태어나 처분이 어려우면 일부러 죽인다는 아찔한 소문까지 공공연히 돌고 있다. 육우송아지에 대한 정책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다. FTA 직불금에 수입기여도가 반영되면서 육우송아지가 FTA 직불금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이는 그 이전에 육우에 대한 정부의 ‘성의’ 문제라는 것이 농민들의 목소리다. 또 만약 논란중인 수입기여도가 폐지된다면 FTA 직불금은 초유떼기 농가의 경영안정이나 낙농가의 조수익에 톡톡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육우송아지 가격기록체계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이는 여전히 요원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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