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뜨는 날

  • 입력 2014.08.17 17:4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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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날이 슬쩍 지나갔다. 이 날은 농민들이 고된 일손을 멈추고 쉬는 날이다. 요즘은 모두 홀앗이로 일하기 때문에 이런 명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니 백중날도 모두 하우스로 논밭으로 나가 땀을 흘린다. 필자도 과수원의 웃자란 가지를 제거하느라 땀을 흘렸다. 한 시간 남짓 하다 보니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도랑의 흐르는 물이 금세 과수원 바닥을 강으로 만들 정도로 엄청나게 퍼부어 댄다. 쉬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 아내에게 호박전이라도 부쳐 보라고 한다.

느긋하게 쉬고 나니 서쪽이 밝아 온다. 동쪽에 무지개가 진하게 쌍으로 떴다. 어른 아이 따로 없이 무지개를 보고 희망의 나래를 편다. 하늘의 신과 닿을 수 있는 다리라고 생각했다. 또는 선녀가 내려오는 다리라고도 했다.

그리스신화에선 무지개가 아이리스(Iris)라는 이름의 여신이다.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며 신의 전령 역할을 한다. 구약성서에서는 신과 노아의 약속으로 본다. 더 이상 홍수를 일으켜 인류와 다른 생물을 멸망시키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장소나 물건엔 무지개란 이름이 많다. 무지개유치원, 무지개 그림물감처럼 말이다. 실제는 헛것이다. 헛것을 쫓는 사람을 무지개만 잡으려 한다고 한다. 헛것을 약속하는 경우도 무지개 띄운다고 한다. 인디오들은 ‘무지개에 손가락질 하면 비온다’, ‘아침무지개는 비오고 저녁무지개는 맑다’ 같이 무지개의 상태로 기상을 예측하기도 한다. 무지개는 흰 무지개가 있고 붉은 무지개가 있다. 쌍무지개나 세쌍둥이도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빛의 간섭과 굴절이 빗방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서쪽에 무지개가 뜨면 강가에 소를 매지 않는다’ 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편서풍지대인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말이다. 서쪽에 무지개가 떴다는 것은 서쪽에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경과 하면서 지금 무지개를 본 이곳에도 비가 온다는 말이다. 또 무지개는 보통 소낙성 비가 내린 후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시간당 100mm 정도의 호우가 내리므로 하천에 소를 매면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하천에 묶어둔 소가 물에 휩쓸리는 경우가 예전엔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무회의에서 쌀개방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내용은 뻔하다. 무지개를 띄운 것이다. 생명산업의 가치를 창출하자고 하면서 대안으로는 반생명의 기제를 동원할 뿐이다. 무지개를 보았으되 꿈과 희망만 보는 유치한 어린 아이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지개를 보고 내일의 날씨를 가늠하고 비설거지를 하든, 소를 동산에 묶든 할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뜬구름 잡으러 무지개 타러 가자고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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