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자금 지원 앞세운 합병 바람에 출렁

4년 전 합병한 지역농협, 다시 합병 수술대로
“4~5년 안에 경제사업으로 회생할 방안 있어야”

  • 입력 2014.08.17 14:5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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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역농협들이 합병 바람에 출렁이는 중이다. 올해 말 무이자 자금 지원 기한 안에 합병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역마다 농협 합병에 대한 입장과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내년 3월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경기인천지역에선 인천시 강화군과 화성시에서 농협 합병이 가시권에 진입했다. 강화지역 농협간 합병은 크게 북부권(강서·교동·삼도)과 남부권(길상·불은·양도·화도)으로 나눠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들 7개 지역농협 조합장은 지난 4일 권역별 모임에서 자율합병 추진을 위한 합병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올해 안으로 자율합병이 이뤄지면 북부권 합병엔 최대 400억원, 남부권 합병엔 최대 600억원의 무이자 자금 지원을 얻을 수 있다. 이들 농협은 다음달 중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합병을 확정할 예정이다. 북부권 합병 논의에서 한 발 물러섰던 강화농협은 다음달 이사회에서 합병 여부를 논의한다.

농업협동조합법 41조에 따르면 합병사항은 조합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화성시 비봉농협과 매송농협은 올 4월 농협중앙회에서 합병관련 컨설팅을 받았으며 합병 찬반 조합원 투표를 오는 10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엔 마도·서신·남양·송산농협도 동참할 뜻을 밝혔으며 13일엔 남양농협에서 합병 설명회가 열렸다. 비봉농협 조합원인 김봉진씨는 “비봉농협은 흑자고 매송농협은 적자다. 까딱하면 비봉농협마저 어려워질 것 같아 환영할 수 없었는데 좀 더 큰 틀에서 6개 농협이 합병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그래도 현재 농협 금리가 0.5%만 떨어져도 모두 적자가 날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았을 때 시행한 대출이 많아 큰 문제”라고 마음을 놓지 못했다.

강원도에선 농민단체들이 나서 지역농협 합병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선군 농협개혁추진위원회(공동대표 전용표·최종길)는 정선·예미·임계·여랑 등 4개 농협을 1개 광역농협으로 키우고 상임이사제를 도입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전용표 대표는 “총 5,000명 조합원에서 실제 농민은 그 반 수준이다. 게다가 60%가 65세 이상 고령농이라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농협 임원들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제 이·감사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릉시 주문진농협과 연곡농협 합병은 지난달 15일 합병 가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27일 각각 조합원 찬반투표를 남겨두고 있다.

충북에선 옥천지역에 다시 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청산농협과 대청농협은 1998년과 2010년 합병을 통해 출범한 농협이다. 두 농협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다시 합병을 모색하는 상태다. 대청농협은 통합 직후 조합원수 2,000명, 총 550억원의 신용사업 규모를 갖췄지만 4년 만에 경영난에 처했다.

합병을 통한 규모화만이 능사가 아니며 우선 경영난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산농협 조합원인 서대곤 옥천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대청농협은 감자 수매, 청산농협은 RPC 운영에서 적자가 쌓인 걸로 알고 있다”며 “경영적자 때문이라는데 합병한다면 내 조합이란 소속감이 희박해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역시 2002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옥천축협과 영동축협이 합병해 만든 옥천영동축협은 부실경영으로 지역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옥천영동축협은 이달 보은축협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돼 재차 합병수순을 밟는다. 옥천영동축협은 지난해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를 받았으며 이에 청추축협과 합병 여부를 타진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어 보은축협마저 지난 4월 이사회에서 합병불가 방침을 결정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수조합권고를 받아 합병에 나선다.

전북지역에선 순창군 금과농협이 합병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금과농협 내부에선 합병논의가 뜨겁지만 정작 합병할 상대는 정하지 못한 처지다. 금과농협은 이달 합병관련 24개 마을 순회 좌담회를 계획했지만 반발에 막혀 세 곳에서만 진행한 채 중단했다. 이영수 금과농협 전무는 “농산물 가격폭락과 영세한 경영규모 때문에 판매사업으론 수익이 안 나온다”며 “저금리 시대에 금융권도 통·폐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윤재기 금과이장협의회장은 “직원들 상여금을 못 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합병 의견과 자체회생방안을 찾자는 의견으로 나눠진 상황”이라며 “합병해도 자금 지원만 바라보고 할 수 없다. 4~5년 안에 경제사업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은 총 10곳에서 지역농협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신안군 안좌농협과 장산농협은 7일 조합원 투표를 열었지만 안좌농협 조합원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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