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용 오이를 임실에서 만나다

  • 입력 2014.08.10 18:18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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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에 속하며 덩굴식물인 오이는 인도 북부가 원산지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1,500년 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거의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열매채소이다. 오이의 종류는 나라마다 여러 가지 품종을 기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침이나 나물, 혹은 오이지를 담는 용도에 맞게 키워져 왔다. 하지만 글로벌시대로 접어든 만큼 장아찌와는 다른 피클이 우리의 식탁에도 자연스럽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식생활문화는 달라지고 있지만 오이의 품종은 큰 변화 없이 생산되고 있어서 취청오이나 백다다기 같은 오이로 피클을 담가 먹는 생활의 지혜가 발현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병 안으로 쏙 들어가는 길이의 오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근래에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드물게라도 피클용 오이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피클용 오이는 우리가 먹어오던 오이와는 현저하게 그 크기가 다르다. 피클을 담갔을 때 가장 맛있는 오이는 길이가 6~7cm 가량으로 길이와 너비의 비율이 3:1 정도인 것이 제일 좋다. 접해보지 않아서 낯선 음식을 만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피클은 담그는데 있어 불변의 원칙이 있음을 안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새콤하고 달콤하다’로 정리되는 맛에 친숙하지 않은 향이 입혀진 것이다. 물과 식초와 설탕의 비율을 2:1:1로 맞추고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신료 중 월계수잎이나 정향(클로브), 각색의 후추, 말린 고수 등을 적당이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신료를 모아 놓은 피클용 스파이스는 웬만한 대형마트에서 파니 한 병 사놓으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여름의 대표적인 김치는 열무김치나 가지김치 혹은 오이소박이 등이다. 이런 여름김치들은 강한 맛을 가진 양념을 주로 쓰기 때문에 아주 강렬한 뒷맛을 남기게 된다. 그런 강렬한 김치가 지겨워질 무렵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오이피클이 식탁에 오르면 육류 요리의 묵직함을 조금 가볍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니 권할 만하다.

서울의 광진구 정보도서관에서는 옥상에 텃밭을 일궈 오이를 키운다고 한다. 그 오이를 가지고 피클을 만들고 싶다는 교육 요청이 있어 시식용을 만들기 위해 오이를 사러 나갔다가 임실이 산지인 피클용 오이를 한 무더기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모두 사가지고 와서 피클을 담갔다. 하루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이틀 정도 냉장한 후 먹어보면 꽤 쓸 만한 저장식품 하나가 만들어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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