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지키는 파수꾼 가지

  • 입력 2014.07.20 20:35
  • 수정 2014.07.20 20:36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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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에서 가지는 그다지 맛있는 채소는 아니었다. 놀러 나가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텃밭에서 쉽게 따먹었던 시원하고 달착지근한 오이와는 달리 가지는 한 입 베어 물면 그 아린 맛에 바로 뱉어버리게 되는 것이어서도 더욱 그랬을 것이다. 어린 나이의 나에게 익힌 가지의 물컹거리는 식감도 과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살짝 쪄서 무친 가지의 혀에 감기는 부드러움이 적당히 좋은 걸 보면 나이가 드는 모양이다. 적당한 단맛에 적당한 담백함이 갖은 양념과 어우러져 묘하게 중독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지다.

가지와 같은 식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식물에만 들어 있는 생리활성물질들이 있다.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은 특히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색을 띠는 식물들에 더 많이 들어있다. 그 중에서 검은 빛깔을 가지고 있는 식물들에 안토시안계열의 색소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식품영양학적으로 볼 때 검은 보라색의 가지는 안토시안계의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인체 세포간의 접착력을 증강시켜 주고 모세혈관의 탄성을 증강시켜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모세혈관의 출혈을 예방해준다. 또한 이 가지는 스코포리틴과 스코파론이 함유되어 있어 경련을 억제한다. 가지는 암세포를 억제하고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주며 방사선 치료에 열감이 있을 때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가지를 가자(茄子)로 부른다. 독이 없으며 성질은 차지만 맛이 달고 비위를 건강하게 돕는 채소다. 몸의 열을 내리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하며 몸의 부기를 빠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 가지를 마늘과 함께 먹으면 위의 소화 작용을 도우며 여름에 더위를 이기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가지는 성질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설사를 하게 할 수 있으니 많이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그런 사람들은 성질이 따뜻한 파, 생강, 마늘, 향채 등과 같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농업에도 과학이 도입되고 일년 내내 가지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지는 여름에 텃밭에서 나오는 가지의 맛이 최고다. 지나치게 동그랗지 않고 갸름하니 쪽 곧은 가지가 더 맛나다. 기름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지를 튀겨 먹기도 하지만 가지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는 담백함을 가장 잘 살리는 조리법이 좋다.

여름 채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가지는 94% 이상의 수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포만감을 증대시켜 체중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으나 식품 영양학적 가치는 떨어지므로 쇠고기 등을 넣은 찜이나 볶음 등 다른 양념들과 함께 조리하는 조리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푹푹 찌는 여름엔 가지를 아주 살짝 쪄서 찢은 다음 집에서 담근 간장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시원하게 식혀둔 물을 부어 냉채로 즐기는 조리법이 최고다. 따로 육수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맹물만 부어도 담담하고 시원하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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