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 입력 2014.07.20 20:30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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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는 밤나무인 모양인데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가 있다. 이 나무들은 설화를 가지고 있는데 두 나무가 지역을 달리할 뿐 같은 이야기다.

먼저 나도밤나무는 서해안 일대에 주로 자라는 나무다. 열매는 밤과 전혀 다른 모습이며 민간에서 합다리나무라고 부른다. 설화 중에 율곡선생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신사임당이 율곡을 잉태했을 때 산신령이 말하기를 아이가 호환으로 죽을 운명이니 밤나무 100그루를 잘 기르면 호환을 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만 한 나무가 죽어 100그루를 채우지 못했다. 호랑이가 율곡을 채가려 할 때 옆에 나무가 썩 나서 “나도 밤나무다” 해서 호환을 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이의 호가 율곡이 됐다고도 한다.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만 존재한다. 밤이 달리기는 해도 밤과는 다른 열매다. 마찬가지로 밤나무 100그루를 잘 기르지 못하면 마을이 호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울릉도 땅은 밤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열심히 가꾸었으나 한그루가 비었단다. 그때 옆에 나무가 “나도 밤나무다” 하니 산신이 “너도 밤나무냐?” 하고 되물어서 너도밤나무가 됐다고 한다. 좋은 일로 나도 밤나무가 되고 너도 밤나무가 된 것이다.

FAO한국협회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57년도에 사단법인으로 농림부의 허가로 설립됐다. 그러나 이 단체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FAO) 한국국가위원회가 아니다. 이 단체는 그동안 UN-FAO의 산하단체인 것처럼 사업을 해왔다고 한다.

협회는 UN-FAO의 연락과 문서수발 등을 해왔다고 하는데 정작 UN-FAO에서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 특히 UN-FAO의 상징문양을 사용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O한국협회는 UN-FAO의 산하 국가위원회의 성격을 모두 갖춘 것이며 그 사업을 대행하고 연락을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설립근거조항 어디를 봐도 사단법인이 국가위원회를 대신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마치 너도밤나무나 나도밤나무처럼 국가위원회를 대신해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듯한 모습만 취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것도 일종의 국민을 속이고 세계인들을 속이는 행위다. 우리나라가 UN에 정식 가입을 한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FAO한국국가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단법인격의 협회를 통해 국제연합정신을 구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한국농업이 위기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쌀관세화 개방 설명회를 주관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한 것이다.

나도밤나무나 너도밤나무는 사람들을 살려냈다. 그러나 나도밤나무나 너도밤나무처럼 자신을 규정한 FAO한국협회는 국민과 농민을 죽이는데 함께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관피아에 불과한 FAO한국협회는 해산시켜야 한다. 농민을 사지로 내모는데 부역을 하고서 “나도 밤나무요”라고 하기엔 석연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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