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노력에 정부도 부응하기를”

[인터뷰]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장

  • 입력 2014.07.13 21:33
  • 수정 2014.07.13 21: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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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과잉으로 인한 수급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낙농가들은 지난 4월부터 집유주체별 초과원유가격 삭감과 연간총량제 중단 등 희생을 감수해 왔다. 여기에 원유가격연동제에는 누적연동제가 도입될 예정이고 올해 원유가격은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동결됐다(본지 7월 7일자 보도). 원유 수급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늘상 낙농가의 희생으로 해결된다. 낙농산업 안정으로 가는 험로에서 만난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서릿발 같은 언성으로 정부의 무책임을 지탄하면서 한편으로 낙농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원유가격연동제 개선을 두고 오랜 대립이 있었는데 드디어 개선안이 나왔다.
▶그 과정을 대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낙농가와 유업체는 동반자고 상호보완적 관계다. 지난해 연동제를 시행하면서부터 논란은 많았는데 일단 시행하고 차차 보완해 가자는 의도로 시작했고 이번에 누적계수나 가격협상범위 등을 마련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계속해서 협상하고 수정해 가야 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의 안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상 당시 최근의 원유과잉이 낙농가의 탓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던데.
▶농가 원유생산량이 증가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유제품 소비량도 0.7% 증가했다. 주목할 것은 국산원료 이용분이 2.6% 감소하고 수입원료 이용분은 5.3% 증가했다는 것이다. 70%에 이르던 우유 자급률이 몇 년 사이에 50%대까지 떨어졌다. FTA로 인해 수입물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 낙농업계 전반에 총체적 난국이 시작된 이유며 상황은 앞으로 점점 악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가가 또다시 희생을 감수했다.
▶이번 원유가격 동결로만 낙농가가 연간 550억원의 소득을 포기한 셈이다. 농가 스스로 희생을 해서라도 낙농산업을 살리자는 의지가 컸다. 그만큼 농가가 성숙해졌고 좋은 뜻으로 단결한 것이다. 낙농가가 초과원유가격 삭감 등으로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큰 양보를 했다.

사실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생산자 측에서 떠안은 모양새다.
▶2002년 쿼터제 도입 이래 낙농가가 스스로 수급조절에 나서 손실된 비용만 수천억원 규모다. 농가가 이만큼 노력을 했으면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한-EU FTA 보완 대책으로 정부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0만톤의 국산 원유를 저가 가공원료유로 공급하기 위해 440억원씩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약속 이행을 않고 있다. 지적하지 않았다면 묻혀버렸을 일이고,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까지 거쳐 마련했던 대책인데 예산 확보가 안된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정부가 마땅히 실행하기로 약속이 돼 있는 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원유 수급상황은 어찌 보면 인재다.

낙농산업 생산자 대표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쉽다. 좀더 신중하게 정책을 만들어 지속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유업체들과는 계속해서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상생해 나갔으면 한다. 낙농가에는, 늘 낙농가들이 자랑스럽단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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