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쌀 협상 결과 오도하지 마라

  • 입력 2014.07.13 18:38
  • 기자명 한국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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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타결된 필리핀의 쌀 협상결과에 대한 왜곡 오도가 심각하다. 필리핀 사례를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의 협상에 활용하려 하기보다 관세화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다.

필리핀은 한국과 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필리핀은 MMA 물량이 6.2%지만 쌀 부족으로 인해 추가로 쌀을 수입해야하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쌀을 관세화 할 경우 고율관세가 불가능해 국내 쌀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조건이다. 그래서 필리핀은 필사적으로 관세화 개방을 막으려 한 것이고, 상대국들은 반대로 강력하게 관세화 압박을 가했다.

필리핀은 2011년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연장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웨이버 요청을 하게 된 것이다. 필리핀이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요구가 거부당한 것은 외형적으로는 WTO협정을 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대국들이 관세화를 통한 필리핀 쌀시장 진출 욕구 때문이다. 필리핀이 쌀을 관세화 할 경우 필리핀의 쌀 산업을 붕괴시키고 쌀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뻔히 알고 있는 상대국에서 관세화유예를 연장해줄 리 없다. 그러나 필리핀은 끈질긴 노력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필리핀 사례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첫째, 시한을 넘겨도 제제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자동관세화론이나 추가적 대가를 지불한다는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 둘째, 농민이 협상에 참여했다. 셋째, MMA물량 2.3배 증량은 수출국의 요구가 아니라 필리핀의 협상 카드였다. 곡학아세하는 관변학자들은 우리가 관세화유예를 연장하려면 필리핀처럼 MMA물량을 2.3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필리핀 협상결과의 전형적인 왜곡이다.

한국은 필리핀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첫째 쌀이 부족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추가적으로 쌀을 수입할 수 없다. 둘째,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관세화를 해도 추가적인 쌀이 수입될 수 없다. 바꿔말하면 관세화 개방이 상대국에게 전혀 실익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이 부분을 협상 카드로 써라. 앉아서 관세화 개방을 당하지 말고, 협상을 통해 상대를 견제하라는 뜻이다.

실제 관세화로 상대국은 이익은 고사하고 국별 쿼터가 사라져 오히려 손해가 크다는 점을 내민다면, 현상유지가 협상전략으로 무모하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우리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현상유지를 주장하면 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관세화 선언을 해도 늦지 않다. 필리핀도 협상을 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세화 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며 진행했다. 필리핀도 했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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