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대사의 최강자 횡성 율무

  • 입력 2014.07.06 19:20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 교육을 다녀왔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익숙한 산세며 계곡 그리고 논밭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눈에 넣고 왔다. 그러던 중 특히 습도 높은 이즈음에 딱 좋은 식재료인 율무가 자라고 있는 밭을 보았다.

율무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잡곡이다. 지리산으로 이사를 오던 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으로 시작해 끝도 없이 계속되는 토사에 시달리고 있을 때 한의학교수님으로부터 처방을 받은 약이 바로 율무죽과 율무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개월에 걸쳐 율무죽을 끓여 먹고 율무로 차를 달여 마시며 지냈었다.

원산지가 베트남인 율무는 우리나라에서도 해발이 낮은 습지에서 잘 생육한다. 탄수화물 67.7%, 단백질 13.8%, 지방 5.1%의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콩류를 제외하면 잡곡 중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은 곡식이기도 하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로이신(Leuicine)과 타이로신(Tyrosine)이 풍부하며, 특히 피부질환에 좋은 효과가 있어 피부암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또한 다른 곡물들과 달리 찰기가 있어 율무를 넣고 밥을 짓거나 음식을 하면 씹을 때 느껴지는 쫀득한 식감이 꽤나 좋은 식재료이다.

의이(薏苡)라는 식물의 열매를 미인(米仁)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하여 한약명으로는 의미(薏米), 혹은 의이인(薏苡仁)이라 불리는 율무는 비위를 튼튼히 하고 폐를 보익하며 열을 내리는데 효과가 있다. 또한 풍습(風濕)을 제거해주고 특히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재주가 있다. 율무는 곡물 중에서 이뇨작용이 가장 강하여 온 몸의 습(濕)을 거두어 소변으로 빼내므로 장 기능이 떨어져 설사를 하는 사람도 율무를 먹으면 설사를 멈출 수 있다. 습(濕)이 성하여 피부가 희멀겋고 살이 물컹거리며 변이 묽고 몸이 무거워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먹으면 좋은 식재료가 율무이다. 율무를 먹으면 정력이 감퇴된다는 속설도 있지만 몸에 습(濕)이 성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분대사의 최강자라 부를 수 있는 율무는 습도가 높은 여름 장마철에 제격인 식재료이다. 대기에 습도가 높아지면 인체도 덩달아 습(濕)이 정체되어 몸이 무거워지고 노인들의 경우 관절의 여기저기가 아프게 마련이다. 이때 율무를 쌀과 함께 넣고 밥을 해먹거나 율무를 볶아 차로 끓여 마시고 미숫가루를 만들어 먹으면 몸에 쌓이는 습(濕)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튀밥으로 만들어 바쁜 아침에 우유와 함께 먹어도 좋고 강정으로 만들어 어린이 간식으로 활용해도 좋다. 팥이나 옥수수와 함께 조리해서 먹으면 별미로 즐길 수 있다.

오늘은 횡성에서 구입해온 율무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밥상에 올린다. 이름 하여 ‘여름샐러드’다. 샐러드용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 그리고 율무와 팥을 무르게 삶아 올리브유, 소금, 후추에 버무려둔다. 두부를 깍두기 크기로 잘라 소금을 뿌려 수분을 제거한다. 토마토를 잘라 소금, 후추, 올리브유에 버무린다. 이제 큰 볼에 채소를 담고 율무와 팥, 두부, 토마토를 얹고 오일소스를 끼얹으면 된다.

상큼하고 고소하며 쫀득해서 좋다. 율무와 팥, 두부가 들어가 밥이 없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여 더 좋다.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여 몸이 무거운 사람이라면 율무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시작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