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농업 포기하려는가

  • 입력 2008.01.27 12:42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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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 농업 포기하려는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6일 해양수산부를 해체하고, 농림해양수산부문 연구개발기관인 농촌진흥청,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등을 정부출연 연구기관화하며, 산림청은 국토해양부로 이관하는 등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까지 폐지하겠다고 하니, 농림해양수산 부문을 철저히 축소시키고 있다. 아니 일각에서는 농어업을 포기하려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21일 농민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농진청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진청이 민간연구기관으로 되면 시군단위 농업기술센터는 사라질 것이다.

결국 농민들의 현장 기술지도가 사라지고 제주도의 감귤연구소, 난지연구소 등 각 지역에 분포한 농업기술연구소 등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이 민간연구소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몇 가지 연구만 할 수 있지 대부분의 돈이 안 되는 농업 연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수위가 농진청을 폐지하고자 하는 것은 한미 FTA가 본격 추진되면 수입 농축산물이 봇물처럼 들어오는 조건에서 이제 국내 농산물의 생산은 전체 농업생산에서 작은 비중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늘상 말하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 주장은 농업기술의 경쟁력 강화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직 인수위가 농진청을 폐지하는 방침을 발표한 것은 농업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과 같은 행위이기에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또 2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후보시절 그는 선대책이 마련되고 난 이후에야 국회비준을 처리하겠다고 공약하였으나 스스로 취임하기도 전에 전임 대통령의 쓰레기라도 치우듯 서둘러 한미 FTA비준에 나사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농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에 따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지난 해 82명의 국회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한미 FTA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없고 국정조사도 하지 못하고 4월 총선에 쫓겨 지역구로 바삐 돌아다니는 가운데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하려 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한미FTA 전제조건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전면 허용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아직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어떻든 지난해에 이어 사료값이 35%가 오르면서 축산농가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올해 들어 비료값이 24% 올라서 논농사, 밭농사를 하는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기름값을 견디지 못해 하우스의 겨울 농사를 접은 농가들은 어깨에는 농가부채의 무거운 짐이 올려지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수입 농산물의 거대한 물길이 아무 저항 없이 농촌을 덮치는 조건에서 각종 영농비의 인상은 농민들을 좌절시키고 그나마 농업 기술경쟁력에 필요한 농진청은 폐지하는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 단면을 접하면서 농민들의 가슴 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농업을 살리려거든 농진청은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한미FTA 역시 ‘선대책 후비준’의 대선공약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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