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이상 쌀 관세화를 유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무수입(MMA)물량을 더 이상 가져 올 수 없다는데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는 쌀 관세화가 국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책임장관인 농식품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면 쌀 개방은 이미 결정 난 일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에 우리농업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농민들의 마음이다. 쌀 개방이 가져오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을 때 받게 되는 농민들의 패배감은 어디서 보장 받을 수 있겠는가. 더욱 세계적 추세인 식량주권은 어디서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그림자는 깊기만 하다.
농민들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쌀개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처해왔던 것을 알고 있기에 정부의 생각을 바로 잡고자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농식품부와 토론회, 공청회를 거쳤고 일방적 설명회를 거부하기도 했다. 대안없이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민들의 등 뒤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쌀 개방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견해는 전체의 의견인가, 일부 수출중심의 경제관료와 일부학자들 의견은 아닌가, 그것을 전체의 의견인 듯 만들어낸 관료와 학자들, 그리고 이를 퍼뜨린 언론들은 역사에 책임질 자세는 되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쌀개방이 국익에 부합하는가. 쌀개방은 국제 곡물메이저들의 집요한 정치적 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관세로 장벽을 쌓는다지만 결국 관세는 해를 거듭하며 줄어들 것이다. 이는 국내산 쌀이 가격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처지로 가게 될 것이다.
거대곡물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보장받기위해 식량폭동을 일으키고 식량전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식량주권을 지켜내고 농업환경을 생명순환형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서라도 설혹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쌀개방은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
냉혹한 국제시장 질서를 농민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정부가 농업보호의 의무를 지고 전 사회적으로 농업의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해야 하는 작업이 먼저였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