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개방, 국회도 ‘막막’

여야 미묘한 입장차 … ‘소신’이냐 ‘당론’이냐
새정치연합 “쌀 관세화, 국회 차원 공개논의 필요”

  • 입력 2014.06.26 19:4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 동안 지켰던 쌀시장 개방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계획대로 30일 ‘관세화 개방’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이제 막 원구성을 마친 국회 농해수위가 농민의 힘이 돼 줄지 미지수다.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선출이 완료된 24일. 농해수위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실 마다 쌀문제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여당과 야당의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야당 간사 유성엽 의원실만 “정부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 유성엽 의원의 지역구는 전북 정읍. 벼농사로 손꼽히는 곳이다. 야당 간사로 임명된 유 의원은 하루 전인 2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이효신 부의장과 박형대 정책위원장을 만나 우리 농업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현안들과 그 대책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유성엽 의원실 관계자는 쌀관세화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일방독주를 막겠다”며 “정부가 30일 입장발표를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국회 농해수위가 상·하반기 교체라는 공백을 맞아 보다 면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간사인 안효대 의원실 관계자도 “농해수위는 전통적으로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농업현안을 농민들의 관점에서 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역구가 울산동구이며 농업보다 해양수산의 전문성이 더 높다는 시선 탓인지 “초미의 관심사인 쌀 관세화 개방 문제가 첫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신중한 결론을 약속했다.

하지만 어느 의원실에서도 쌀 관세화 개방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은 농산물 시장 개방의 폐해에 대한 우려 수준에서 고민 중이고, 여당은 정부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의무수입물량(MMA)을 더 늘리지 않으려면 관세화 개방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상황론만 되풀이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여당이 쌀시장 개방 이후의 MMA 물량 이외의 추가수입물량이 없다는 단정도 못하고 있다. 아직 ‘관세상당치’가 얼마나 될지 범위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예외없는 관세화를 목표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또한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당의원실 관계자는 “농민과 농업을 위하겠다는 의원 자신의 소신이 있다 해도 정부와 당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공론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브리핑에서 “농민이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쌀시장 완전 개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역대 정부가 지켜온 농업정책의 마지노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원내대변인은 “쌀 관세화 문제는 급하게 서두를 일이 결코 아니다”며 “가뜩이나 노령화하고 소득이 불안정한 농촌에 농민을 위한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최근 필리핀의 경우 3차, 한 번 더 유예를 관철시켰다.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농해수위와 산업통상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객관적인 자료 공개와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재정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