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맛의 차원이 다른 지리산의 익은 매실, 황매

  • 입력 2014.06.22 20:13
  • 수정 2014.06.22 20:16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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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딸아이 키울 때 자주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때마다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두신 매실고를 먹였었다. 그래서 요즘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매실고나 매실청을 만들어 기숙사 생활하는 딸아이에게 한 병씩 보낸다.

곧 여름철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습도와 기온이 높아 식재료나 음식들이 쉽게 상하고 눈으로 확인되지 않아 잘못 먹은 음식으로 인해 배탈이 나서 복통이나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장마가 끝나면 대기의 온도는 더욱 올라가고 몸의 내부에서는 열이 발생하면서 찬 음료나 빙과류를 찾게 되어 장마철과는 또 다른 배탈에 시달리게 된다.

매실은 장마철이든 불볕더위든 여름에 꽤나 유용한 과실이다.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을 한방에서는 매자(梅子)라 하는데 보통은 덜 익은 청색의 열매(靑梅)를 이용한다. 갈증을 멈추게 하고 몸에 부족한 진액을 만들며, 담을 없애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 또한 이질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조상들은 망종 이후에 나오는 매실로 청을 만들어 두었다가 여름철 배앓이에 쓰곤 했다. 청매를 훈제 가공하여 만든 오매(烏梅)는 약성이 더욱 뛰어나 약으로 애용되고 있다.

특히 매실은 피로회복에 좋은 구연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덜 익은 매실보다는 연둣빛을 지나 황금색이 번지기 시작하는 황매가 훨씬 많은 양의 구연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덜 익은 매실에 있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물질도 미량으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매실은 6월 중순 이후에 나무에서 익은 것을 수확한 황매를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황매의 씨앗에 있는 독성물질은 알코올에 의해서만 추출되므로 꿀이나 설탕으로 만드는 고나 청은 아미그달린의 독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래전 궁중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오매에 사인, 백단, 초과를 빻아 곱게 가루로 만들어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인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과 신하들이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없는 약재들이 들어가므로 현대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음료이지만 산림경제에 제조법이 자세히 나오므로 복원되면 좋을 최고의 여름음료라고 말하고 싶다.

매실의 계절이다. 당분간 대형마트나 오일장에는 매실이 넘쳐날 것이다. 제호탕이나 삼국지에 조조와 함께 언급되는 ‘망매해갈’(望梅解渴)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실 없는 여름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딸아이와 통화를 했는데 아침에 사과를 먹은 것이 잘못되어 수업에 빠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엄마가 있었으면 매실을 먹였을 것 같다고 해서 웃었다. 매실의 계절이니 집집마다 매실을 구입해 발효음료를 만들겠지만, 제대로 먹지 않으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하여 너무 많이 섭취하면 이가 상하게도 되고 담을 만들기도 하며, 산전 산후의 여성이나 월경기의 여성들에게는 금하는 것이니 정말 주의할 일이다.

향과 맛이 좋고 몸에도 좋은 매실을 전국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계절이다. 그러나 며칠 전 인터넷을  달군 50kg의 매실을 팔고 300원의 수익을 냈다는 매실할머니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하는 매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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