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상실한 농식품부

  • 입력 2014.06.22 19:25
  • 수정 2014.06.22 19:2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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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농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떨어진 공감능력을 선보이며 농민들의 불안을 분노로 확산시키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DDA/FTA 농업분야 통상현안 관련 서울경기권역 설명회는 장소부터 농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서울 LW컨벤션은 지역 농민들이 바쁜 농번기철에 찾을 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간신히 설명회장을 찾은 수 명의 농민들은 장소와 시간을 다시 골라 설명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설명회를 연 게 처음이 아니라며 지난 설명회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 대목에서 농식품부의 안일한 인식이 드러난다. LW컨벤션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지난 설명회들에 참석한 청중 절대다수는 설명을 듣기보단 지원 내지는 동원된 인원이나 다름없었다. 그 중 상당한 인원들이 주제발표가 끝나면 그 뒤 토론은 듣지 않고 자리를 떴다. 전형적인 요식행위다.

농식품부는 이 요식행위를 ‘아무 문제없던 설명회’로 기억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김덕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어렵게 설명회장을 찾은 농민들을 투명인간인양 상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농민들의 약을 바짝 올리는 동안 참석(?)했던 청중들은 하나둘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텅 빈 설명회장에서 김 국장은 줄곧 설명회 진행을 재촉했다. 설명을 들을 청중이 없는 설명회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충북농업인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 관세화 문제를 두고 한 농민과 설전을 벌이던 중 해당 농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무역이득공유제 실시 의향을 묻자 “쌀 관세화는 WTO에 가입해 이미 발생한 의무”라며 “쌀 관세화와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찬반은 제쳐두고 이는 대다수 농민들이 WTO 체제를 반대한다는 점을 망각한 답변이다. WTO 가입이 수출지향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었지 농민을 위한 정책이었나. 농민들에게 쌀 관세화를 의무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농식품부는 이런 식의 설명회 개최나 토론회 참석을 소통성과로 홍보했다. 세월호 침몰 때 동원인원만 부풀려 홍보하던 정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공감능력’없는 소통은 아무리 횟수가 많아도 쓸모없다. 농식품부가 쌀 관세화만 고집할 게 아니라 다시 원점에서부터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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