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농민들은 왜 설명회를 막았나

  • 입력 2014.06.20 15:08
  • 수정 2014.06.20 15:09
  • 기자명 고제형 전농경기도연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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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제형 전농 경기도연맹 정책실장
작년 10월 2일,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농식품부 주최로 ‘DDA/ FTA 협상 동향 지역별 설명회’를 진행한다 하여 경기 지역 농단협 회원들이 막아나섰다. 농번기 바쁜 철을 틈 타 공무원들과 농업인 단체장들만 초청하여 요식행위로 치르려던 것을 무산시켰다.

다 지나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DDA/FTA협정 농업분야 통상현안 지역 설명회’란 약간 바뀐 이름과 서울 한복판이라는 장소와 농식품부가 아닌 FAO 한국협회 주최라는 것이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또다시 공무원과 농민들 앉혀놓고 요식행위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무산시켜야 한다 하여 모이자 했지만 많이 모이지 못했다. 여섯 명이 단상을 점거하고 피켓을 들었다. 신동선 경기도연맹 의장님이 이번 설명회는 무효라 선언하였다. 그 이유는 첫째 농민들 의견 듣겠다는 설명회가 촌놈 찾기 힘든 서울 한복판이라는 것이고, 둘째 정부 정책 설명에다 패널도 전부 농식품부 공무원인데 주최가 듣보잡(?) FAO 한국협회라는 것이다.

참가한 몇 명 안 되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설명회 개최의 부당성을 주장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타 농민단체 회원들도 합세하여 단상을 완전히 점거했다. 곧이어 결연한 표정으로 입장한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아랫사람들에게 계속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우리가 안 보이는 양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는 이에 격분하여 고성과 무력으로 설명회를 무산시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10분 만에 설명회는 무산되었다.

DDA/FTA협정, 쌀 관세화 개방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농민, 농업을 대하는 정부, 농식품부의 태도를 오늘 재확인할 수 있었다. 탁상머리에서 펜대 굴려 만든 정책, 외세에 굴종하여 만든 협정을 미개한 농민에게 가르치려 하고, 반대하는 농민은 투명인간 취급하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농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순간 분노한 농민들이 무력으로 설명회를 무산시켰듯, 쌀 관세화 개방 저지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행하려 할 땐 또다시 미개한 농민들의 무력이 정부를 향할 것임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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