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매실 50kg을 출하한 전남 곡성군 고달면 두계마을 최금례(81) 할머니의 출하대금 정산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매실 10kg 다섯 상자의 판매 금액 중 유통비를 제외하고 농민에게 돌아온 몫이 300원에 불과했던 것.
최 할머니와 같은 마을에 사는 신 모 씨는 할머니로부터 우연히 이 정산서를 보게 됐다. 신씨는 정산서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지난 12일 청량리시장의 ‘ㄴ’청과에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수차례 연락한 끝에 지난 16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신씨가 “어떻게 300원이 나올 수 있나.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아닌가”하고 묻자 청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품질이 좋지 않았고 현재 매실 시세도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신씨가 “품질이 좋지 않은데 왜 특 단위라고 적었나. 또 품질이 좋지 않더라도 매실 50kg를 팔아 300원 받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되묻자 청과 관계자는 “사실 직원의 타이핑 실수로 정산서 내역이 잘못 적혔다”고 말을 바꿔 해명했다. 이후 청과는 신씨를 통해 최 할머니에게 박스당 2만원씩 총 10만원을 전달했다.
최 할머니는 신씨를 통해 정정금액을 전달받기 전 운송을 담당하는 유통업체로부터 300원을 받았다. 유통업체 직원이 300원을 봉투에 담아 건네줬다. 최씨는 “하더라도 박스값 1,000원은 보태주지 내가 300원 가지고 뭐를 할 거냐고 그랬더니 죄송하지만 시세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렇게 상자값도 안 나오는 헐값을 받는 농민은 비단 최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가격 폭락으로 대다수의 농민들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이 마을의 이장은 직거래를 하고 남은 매실 10kg 34상자를 도매시장에 출하했지만 유통비를 제외하고 1만7,500원을 받았다. 좋은 물건은 8,000원, 그렇지 않은 물건은 3,000원이었다. 하품의 경우 5,000원이면 비싸게 받고 팔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매실 농사를 잘 짓는다고 소문난 마을 매실 작목반 반장도 10kg에 1만원을 채 못 받았다. 매실은 곡성군 농민들의 주 소득원이고 6월 말이면 매실이 저절로 떨어져버리지만 나무엔 아직 수확하지 않은 매실이 가득하다. 두계마을 주민들은 “매실을 팔 바엔 그냥 아는 사람한테 주고 아니면 따지 말아라”고 말하고 다닌다.
직거래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최 할머니 같은 경우 직거래를 할 여건이 되지 않고 판로는 항상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고정돼있다.
한편 이준영 두계마을 사무장은 매실 값 폭락이 다음해에도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매실의 생산량이 많을 것 같으면 지역 농업기술센터, 농식품부 등 관련 기관에서 미리 생산량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수급 조절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며 “매실이 곡성군 선도품목으로 선정돼 지난 3년간 심어진 매실나무가 어마어마하다. 매실 값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상용 곡성군 농업기술센터 원예팀장은 “이번 매실 값 폭락은 기상 호조로 인한 공급량 증가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 감소 때문”이라며 “2011년 116ha였던 매실 재배 면적이 전략 식품산업 육성사업으로 올해 750ha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