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의 원칙, 흔들려서는 안된다

  • 입력 2014.06.15 18:3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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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 들고 나오는 정책이 규제완화다. 규제완화는 새 정부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마치 규제가 오랫동안 묶여온 적폐라도 되는 양. 그래서 부처별로 목표를 정하고 경쟁을 붙인다. 더 많은 규제를 발굴해 풀어 주는 것을 능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에 대해 다른 정부와 차원이 다른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원색적인 표현이 서슴없이 나오고 대통령이 직접 규제 철폐를 위한 TV토론회를 주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로 똑똑히 봤듯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국가의 안전시스템 붕괴로 전대미문의 대규모 참사를 낳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규제완화는 대체로 자본과 기업 등 기득권 세력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정부의 통제를 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다수 국민들과 서민들에게는 규제완화의 혜택은 커녕 피해가 돌아갈 공산이 크다.

농업부문에서의 규제완화는 언제나 그렇듯 농지에 관한 것이다. 다른 토지보다 싼 농지의 자유로운 소유와 용도 전환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는 자본의 오랜 숙원이다. 그래서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음에도 각종 예외규정을 통해서 많은 농지가 비농민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90㎢, 즉 여의도 면적의 31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역시 농지 소유를 일부 풀어주려 한다. 기존에 비영리연구소에만 농지소유가 허용되던 것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부설 연구소에도 농지소유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결국 기업의 농지소유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지 소유제도는 한번 완화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이렇게 기업의 소유가 된 농지는 장기간에 걸쳐 다른 지목으로 전용이 될 것이고, 기업은 이것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국토부 통계에 의하면 1980년 2만2,099㎢이던 농지가 2013년 1만9,379㎢으로 12.3%나 감소했다. 이렇듯 현재의 제도 아래에도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고 전용이 가능한데 또다시 농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농업의 근간을 해치는 데 정부가 나선다는 것과 같다. 큰 둑도 바늘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법이다. 이제는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맞게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강력한 농지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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