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유전 원칙, 규제개혁으로 무너지나

농식품부 ‘덩어리규제완화’에 농지분야 4과제 선정
비영리연구소만 허용하던 농지소유, 기업부설 연구소로 확대

  • 입력 2014.06.13 11:35
  • 수정 2014.06.13 11:4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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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지 문제도 규제개혁 과제로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3월 박대통령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 이후 4월 4일 민관합동 농식품규제개혁 T/F를 구성하는 등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밝힌 ‘핵심(덩어리) 규제개선 과제’에 농지분야는 ‘농지소유와 전용관련 절차 합리화’란 제목으로 4개 과제가 포함돼 있다. 4개 과제란 ▲농지 소유제한 합리화 및 농지·산지의 범위 명확화 ▲농지전용 기준 및 절차 개선 ▲농지전용 부담금 및 납부 편의성 제고 등 제도개선 ▲농지연금 및 농지매입 관련 규제완화 등이다.

▲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간한 ‘2014년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1980년 2만2,099㎢였던 농지는 해마다 감소해 30년이 지난 2013년 여의도 면적(2.9㎢)의 938배가 사라졌다.

기업 연구소도 농지 소유 ‘허용’

이번 제도개선으로 농지소유에 몇 가지 변화가 따른다.

우선 종중 농지의 교환과 분할, 합병이 가능해진다. 단 종중이 보유한 농지의 총면적이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이는 1949년 농지개혁 이후 농업경영주체가 아닌 종중은 원칙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농지교환은 매입에 의한 신규취득에 해당돼 종중 명의로 그 권리행사가 제한돼 왔다. 이에 따라 종중 농지의 연접 농지 소유자들은 농지 교환을 통한 농지 집단화를 할 수 없어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것.

또 임야를 무단 개간한 농지는 농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임야를 무단 개간했더라도 3년 이상 농사를 짓게 되면 ‘농지’로 전용이 가능했었다.

아울러 시험·연구·실습 목적의 농지 소유 자격도 확대했다. 비영리단체의 연구기관만 농지소유를 허용하던 제한을 대폭 풀어 영리단체, 예를 들면 기업의 연구소가 농업연구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농식품부 농지과 문지인 사무관은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업경영주체만 농지소유를 허용하고 있고, 농식품부도 우량농지는 철저하게 보전하자는 기조에는 변함없다”면서 “하지만 농업인구가 감소하는 등 환경이 변하면서 농지이용을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할 경우에 한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특히 기업연구소의 농지허용은 “첨단 농업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기대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지소유와 전용관련 절차 합리화’라는 과제명만 보더라도 비교적 엄격했던 농지소유에 대해 ‘합리화’라는 잣대로 농지전용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분명하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농지 규제개혁 자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국정기조가 규제개혁인 만큼 민원이 가장 많은 농지를 안 넣을 수 없었다. 비농업계에서 농지 규제완환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가 많다”라고 곤란한 입장을 설명했다.

언론에도 농지문제가 본격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석두 선임연구위원의 ‘경자유전원칙, 탄력적으로 운영해야’라는 기고가 실렸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기고를 통해 “농지 소유에 있어 경자유전의 원칙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농지보전과 함께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지 소유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농지보전과 개발의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한 지금, 그런 원칙이 우리 농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그 취지와 본래 뜻을 살리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다”고 마무리 했다.

기고에 대해 박 선임연구위원은 “(기고에)삭제된 문구가 더러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경자유전은 철저히 지켜가돼 ‘소유 제한’ 보다는 ‘전용 제한’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농지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조병옥 사무총장은 “농업용지를 부재지주가 소유해 60% 이상이 임차농인 현실을 직시한다면, 농식품부가 농지의 공공적 의미와 시스템을 강화해 농민한테 땅을 돌려주는 것이 본분”이라며 “생산기반인 농지를 보존하지 않고 합리적 운용 등의 단어로 사실상 투기의 대상으로 허용한다면 더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간한 ‘2014년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1980년 2만2,099㎢였던 농지는 해마다 감소해 30년이 지난 2013년 1만9,379㎢로 12.3% (2,720㎢)가 사라졌다. 사라진 농지는 여의도 면적(2.9㎢)의 938배 만큼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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