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푸드의 선두주자 삼례 오디

  • 입력 2014.06.06 11:48
  • 수정 2014.06.06 11:49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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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를 기억하자면 집집마다 누에를 키우는 방이 따로 하나씩은 있었다. 파리똥만한 누에의 알이 놓여있는 종이를 면에 가서 받아다 누에를 키우는 방에 놓아두면 거기서 애벌레가 나온다. 그 애벌레를 우리는 누에라고 불렀고 뽕잎을 따다가 누에가 누워있는 곳에 얹어주면 되었는데 4번 잠을 자고 일어난 누에들이 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뽕잎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에를 키우는 방에서는 소나기 오는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그 소리는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였다.

그때는 집집마다 뽕잎을 따오는 것이 큰일이었는지라 어린 나도 이모들을 따라서 뽕밭엘 가곤 했었다. 특히 이맘때는 검게 익은 오디가 흔하여 그걸 따먹는 재미로 더욱 열심히 따라다녔다. 손과 입이 새까맣게 물들었지만 간식거리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이었으니 산딸기, 뱀딸기 등과 함께 따먹을 수 있는 오디는 아주 중요한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다. 다만 따먹을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고 아이들 손이 닿기에는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는 한방에서 상심자로 부르며 포도당과 과당, 시트르산, 사과산, 탄닌, 펙틴 등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 칼슘, 인, 철 등이 들어있다. 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안 색소는 포도나 검은콩, 흑미보다 최대 30배 이상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도 포도의 10배 이상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상심자의 성질은 차가우며 맛은 달다. 소갈증을 치료하며 오장을 이롭게 하며 오래 복용하면 굶주림을 느끼지 않는다. 상심자는 백발을 검게 하니 술을 빚어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저장해 두고 늘 먹으면 간 기능을 좋게 하며 신장의 기운도 돕는다. 위장의 연동운동도 증강시켜 허약한 노인이나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덜 익은 푸른 생과는 간장에 좋고 검게 익은 완숙오디는 신장을 보익한다. 구기자나 하수오와 함께 먹으면 효능이 배가된다.

며칠 전 후배가 오디를 한 상자 가지고 왔다. 반가운 마음에 생과를 먹으며 같이 모였던 사람들이 손과 입술, 혀는 물론 심지어 치아까지 검게 변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즐겼던 기억이 난다. 냉동해둔 오디는 몇 알씩 꺼내 갈아서 음료로 즐기기 좋고 설탕에 재워두면 수분은 빠지고 모양은 그대로 남은 달달한 오디를 이런저런 음식에 응용하기 아주 좋다. 물론 얼음물로 희석해 마시면 여름 음료로 더할 수 없이 훌륭하기도 하다.

오디는 맛은 물론이고 음식의 색을 내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다. 생크림이나 크림치즈, 혹은 플레인요거트 등에 함께 섞어 소스를 만들면 맛과 색이 훌륭한 샐러드 한 접시를 만드는데 문제없으니 음식에 자신감이 없는 초보 주부들이 환영하는 재료다. 냉동해둔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꺼내서 오디 생과로 반죽을 하면 그 양에 따라 엷은 보라색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색의 떡을 만들 수 있다.

후배가 오디를 가져왔던 그날 만난 우리는 먹고 남은 생과를 쌀가루에 섞어 쪄서는 손으로 주무르고 떡살로 모양을 찍으면서 절편 만들기 놀이를 하며 즐겼고, 각자 가족들에게 먹일 떡을 나눠 싸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들이 아주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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