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토종씨앗 지킴이’

사진이야기 農寫 생산자 소비자 어울려 토종씨앗 심어

  • 입력 2014.06.01 21:20
  • 수정 2014.06.01 21:4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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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농민과 '만원의 행복' 회원들이 함께 수수 모종을 심고 있다.

“우리 땅과 기후에 알맞은 토종씨앗을 지키고 널리 퍼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씨앗을 갈무리하고 보관하는 농민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여러분들이 함께 동참하고 공감해줘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이 곳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애경 횡성여성농민회 사무국장의 설명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어둔리의 한 마을 어귀, 2014 언니네텃밭 소비자 교류사업으로 열린 ‘토종씨앗심기체험’을 앞두고였다. 김 사무국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토종씨앗은 한 번 사라지면 복원할 수 없습니다. 씨앗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의 건강한 먹을거리는 지키는 일이에요. 오늘 함께해주신 소비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날 체험은 여성농민들의 토종씨앗 지킴이 활동에 동참하고픈 도시소비자 30여명이 함께했다. 일 년에 1만원의 기금을 내 여성농민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른바 ‘만원의 행복’ 회원들이었다. 판교에서 온 김라미(40)씨는 “아이들에게 씨앗이 모종이 되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서 오게 됐다”며 “농민들로부터 우리 몸에 우리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새겨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심은 작물은 흔히 팝콘 옥수수로 일컫는 쥐이빨 옥수수와 수수였다. 이들 씨앗을 심어 한 달가량 키운 여성농민 최복례(53)씨의 설명에 따라 소비자들은 30cm 간격으로 밭고랑에 앉아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모종 심는 농기구인 ‘뚝딱이’와 모종삽을 든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작업에 어색해하면서도 ‘토종씨앗 지킴이’로써의 역할을 상기한 듯 정성스럽게 모종을 심었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송한솔(23)씨는 “먹을거리와 연결된 고리를 찾다가 토종씨앗을 지키는 여성농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오늘 체험이 여성농민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토종옥수수에 열을 가해 팝콘을 만들자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약 660㎡(200평) 규모의 밭에 모종심기를 마친 소비자들은 마을 어귀에 모여 점심식사 및 감자떡 만들기, 토종옥수수 팝콘 튀기기, 토종씨앗 화분만들기 등의 체험을 이어갔다. 토종씨앗과 관련한 짧은 강연을 준비한 한영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원도연합 사무처장은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이 맞는 소비자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켜야 한다”며 “오늘 체험이 이와 관련한 기틀을 마련하는데 소중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 후 한 사무처장이 소비자에게 물었다. “만원의 행복, 행복하셨나요?” 한 소비자가 답했다. “만원으로 행복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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