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 옆 옥수수밭

  • 입력 2014.06.01 19:5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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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잔다
기차길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큰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

어린 날 누구나 한번쯤 불렀을 윤석중 요 윤극영 곡 기차길옆이라는 동요다. 필자는 이 노래를 좋아해 옥수수를 해마다 심으며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옥수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니 적잖이 심어 나눠먹기도 하는데 요즘 같은 세태에 GMO가 포함되지 않은 옥수수를 먹는다는 것은 기적에 다름 아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우리나라에 수입된 식용 GMO 옥수수는 총 305만2,000톤이다. 연도별로는 2008년 763만톤(식용 71만톤), 2009년 628만톤(식용 47만톤), 2010년 743만톤(식용 99만톤), 2011년 686만톤(식용 102만톤)을 수입했다. 특히, 지난해 사료용 옥수수는 전체 수입물량 604만톤의 96%가 GMO였다. 이 많은 GMO옥수수는 누가 다 먹었을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즉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위험성은 논란이 분분하다. 전생에 걸쳐 인간에 대해 실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본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정부와 법을 조종한다. 지금 우리는 자본의 모르모트가 되고 있다. 배불리 먹는 것에만 집중하도록 한 결과, 우리의 권리까지도 누군가 먹어치우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기차길을 놓고 기적을 울린 것은 역사적으로 근대화로 달리게 된 상징이다. 그런데 근대화라는 것은 알고 보면 착취의 방법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었다. 기차는 권력이며 재력이다. 한곳에 정주하던 권력이 이곳저곳을 기적소리 따라 움직일 수 있었으며, 이는 착취와 수탈이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루어짐을 말한다. 요즘도 보면 고속도로가 뚫리고 고속철도가 뚫리면 좋아지는 것은 값싼 땅과 노동력을 거두어들이는 자본과 권력일 뿐이다. 도로 옆의 오막살이는 먼지나 먹고 소음과 진동으로 숙면을 이루지 못할 뿐이다.

기차길 옆 아기와 옥수수는 기적소리가 아무리 요란해도 무럭무럭 자라나겠지만 결국 기찻길 옆을 떠나지 못한다. 아기는 값싼 노동력이 되고 옥수수는 그들의 재화가 될 뿐이다. 자본은 끝도 없이 더 빠른 기차로 달려와 착취의 이빨을 드러낸다. 기차길에 묶여 기적소리가 자장가소리가 되는 학습효과는 자본의 모르모트가 돼도 알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자본의 집요함은 이윤을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쌀시장개방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자본과 그들의 이윤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들 스스로 눈뜨고 도둑맞고 있는데도 기적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고 있다면 아니 될 일이다. 모두가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하다못해 주먹감자라도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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