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부족, 대책 없이 한숨만

인건비는 오르고…구하기조차 힘든 일손

  • 입력 2014.06.01 19:46
  • 수정 2015.11.08 00:1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 가족 단위의 적은 인력으로 농사를 꾸리는 소농들은 수확기마다 주기적으로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 해마다 높아지는 인건비는 소농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고, 용역을 쓰려 할지라도 사람이 없다. 외부 인력을 들이자면 그만큼 부담만 늘어날 뿐 뾰족한 대책 없이 시름만 반복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의 이도훈(58)씨는 감자, 옥수수, 잡곡, 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보통 아내와 함께 일하다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혼자 농사일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다. 현재 지역에서 용역을 다니는 여성들의 임금은 일당 5만원. 해마다 5,000원 꼴로 높아지는 인건비에 용역을 쓰기도 부담이 된다.

“보통은 자기 소득과 품값이 반반이라 생각하면 된다. 감자농사의 경우엔 5단보(1,500평)를 수확하자면 20명 가량이 필요하다. 감자 한 박스당 1만원씩 쳐서 600만원어치를 수확하면 그 중 마진이 120만원인데, 20명을 남자로 고용하면 품값만 200만원이다. 이러니 어디 농사가 되겠나.”

▲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 현장에서 소농들은 주기적으로 고역을 치른다. 이도훈씨가 감자밭에서 홀로 잡초를 뽑고 있다.

한창 바쁜 시기에는 부담을 감수하고 용역을 쓰려 하지만 일손 자체가 부족하다. 감물면 전체에서 용역을 다니는 인원은 고작 십여 명.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떻게든 혼자 매달리다 농사를 그르치는 경우도 생긴다.

“한창 바쁠 땐 많이도 아니고 서너 명을 구할 길이 없다. 이 지역엔 특히 고추와 감자를 많이 재배해 수확기가 되면 인력 수요가 몰린다. 제때 김을 매지 못해 농사를 망치거나 가을작물 파종기에도 시기를 놓치면 여름철 잦은 비로 밭두둑을 못 만들게 되는 일도 있다.”

지역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충주, 음성, 청주 등 인근 지역에서 인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부담은 더욱 커진다. 용역회사를 통할 경우 외부인력의 인건비는 교통비, 식대를 포함해 7만5,000원선. 지역 인력보다 인건비는 1.5배 비싸지만 숙련도와 효율은 3분의2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현실적인 대안은 못 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노동자와 달리 일정기간 체류시키며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소농가에서 일손이 항상 필요한 게 아니라 수확기 등 특정 시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용이 힘든 것.

대농의 경우 단작 내지 2~3작을 하기 때문에 인력을 특정 시기에만 집중 투입할 수 있다. 소득대비 인건비 부담도 소농에 비해 적을 뿐더러 용역회사가 그 규모와 안정성을 선호해 용역회사를 통한 인력 조달도 한층 수월하다. 일손부족 현상이 가족 소농들에게 특히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괴산군농민회 박형백 사무국장은 “일손부족은 농촌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농협이나 행정기관에서 인력회사를 운영해 인력을 공적인 영역에서 조절하는 방안, 일본처럼 농업 청년인턴제를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공공근로를 농촌으로 끌어 오려는 방안 등 벌써 4~5년째 논의는 되고 있지만 이래저래 걱정과 의구심이 들고 아직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인건비는 높아지고 있지만 인력은 점차 고령화되고 그나마도 줄어드는 중이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소농가의 농사일에 당장의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하며 농민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