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문화재와 쌀

  • 입력 2014.05.25 14:25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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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잘 마른 풀이나 토양 공기중에도 분포하며 병원성은 없다고 한다. 납두균이라고도 하는데 메주나 청국장을 만드는데 중요한 곰팡이다. 이는 특히 벼농사지역인 우리나라 짚풀에 다량으로 있다. 우리나라 발효문화의 결정품인 간장, 된장은 이것으로 비롯 된 것이다.

우리네 삶은 바로 고초균과 함께 한 삶이었다고 보면 정확하다. 아이가 태어날 집에는 깨끗하게 추린 짚다발이 준비돼 있다. 이는 해산자리로 이용될 것이다. 깔자리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로 인해 자궁을 빠져나온 아이와 처음 대면하는 외부환경 조건은 고초균에 노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대문에 금줄을 친다. 새끼줄이다. 이때 새끼줄은 금역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고초균으로 산실 주위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윽고 아기의 태어남을 삼신께 빌 때도 삼신상 밑에 깨끗한 지푸라기를 깔고 또 다른 신들에게 알린다. 고초균은 집안구석구석을 지배하는 것이다.

집안의 살림살이를 보자. 쌀가마, 멧방석, 둥구리, 짚신, 망태, 또아리…. 헤아릴 수도 없다. 우리는 자라면서 짚풀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며 살았다. 짚풀과의 관계는 고초균과의 자연스런 접촉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초균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고초균으로 발효된 된장국과 간장으로 밥을 먹고 배설하고 나서도 짚으로 엉덩이를 씻는, 고초균이 배제된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생활이었다. 고초균의 지배는 당연히 다른균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별다른 약을 쓰지 않고도 잡다한 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변했다. 석유화학문명은 수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고 생활은 편리해졌다고 한다. 물론 언젠가 플라스틱의 반격으로 인류문명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도 우리주변의 플라스틱은 끝없이 생산되고 있다. 이의 쓰임새는 다양하고 편리하지만 우리는 고초균이 없는 세상으로 진입한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고 보호해 주었던 고초균이 없는 세상은 어린아이를 위험에 빠뜨렸다. 병원 산실 그 무균실에서 태어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토피 피부염에 38%나 노출 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각종 바이러스의 침투로부터 무기력 하다. 감기를 달고 산다.

쌀농사가 사라짐으로 인해 들판에 고초균이 사라지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혹자들은 문명창조라고 할테지만 섭리를 어기는 일에 불과하다.

지역의 특징적 농산물과 문화는 지구상의 각종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문화유산보다 어쩌면 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쌀농사 보호가 급선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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