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와 점심을

  • 입력 2014.05.18 22:0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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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슬픈 소식이다. 후배의 농지가 경매위기에 몰렸다. 농지뿐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라이스센터와 집까지도 포함됐다고 한다. 백방으로 경매를 막아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선뜻 돈을 빌려줄 이웃도 친구도 없다. 농촌경제가 모래알처럼 부숴진지 오래다.

경매는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 농지의 특성이 그렇다. 그러니 경매를 통한 부채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농협빚 청산이나 제대로 하면 다행이다. 그러니 주변사람들로부터 쌀값이나 빌린 돈은 갚을 길이 없는 것이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후배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위로의 말뿐이기 때문이다.

아침 뉴스에 죤 버냉키 전 연방준비위원회(FRP)의장과의 점심이 경매로 7만 불에 낙찰 됐다고 한다. 우리돈 7,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왜 이런 장난스런 경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와의 점심 한 시간이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류의 경매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낙찰된 금액은 케네디센터 등 다양한 자선기관에 전달돼 좋은 일에 쓰인다고는 한다. 그러나 뭔가 찜찜함을 떨치기 어렵다. 버냉키 이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의 점심은 물경 우리 돈 27억원에 낙찰 된 적도 있었다. 이를 비롯해 미국의 유명인들과의 점심을 경매에 다수 올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글라이드 재단의 행태는 과연 옳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진자들의 유희쯤으로 보이는 건 필자뿐일까.

경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다. 모든 주식의 거래는 경매를 통해 이루어진다. 경매는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급등 한다. 순간적 배팅이 수억, 수백억원이 되기도 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달러 대 원 환차문제도 그런 것이다. 하루 10원이 떨어지면 100억원을 손해 본다고 한다. 실제 생산은 감소하지 않아도 가치는 하락한다. 반대로 가치가 없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눈덩이 불리듯 하는 비트코인을 보라. 자본주의는 마술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농산물 경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절대가치보다는 상대가치가 중요하다. 절대가치는 공정가격이라 할 수 있지만 상대가치는 가공된 가치일 때가 많다. 도자기 한 점이 수천억원에 경매 되지만 아프리카 빈국어린이들에겐 수천억원의 밀가루가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결국 경매는 실제가치를 부풀리기도 하고 형편없이 떨어트리기도 한다. 농협의 농지경매는 함부로 집행할 일이 아니다. 대부분 제대로 평가된 금액이 나오지 않기에 해당농민은 재기의 기반까지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순수한 원매자를 찾아 적정한 선에서 매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진행하게되는 절차보다는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선의의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부와 명성을 이루기란 애시당초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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