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득 파드득, 새처럼 날아오른다

  • 입력 2014.05.18 21:32
  • 수정 2014.05.18 21:39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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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인근으로 이사를 하고 처음 얼마간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호기롭게 도시의 생활을 툭툭 털고 산골로 이사를 하였지만 이곳 지리산에서 밥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비슷비슷한 처지였으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몇 달간이나마 일찍 내려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쫓아다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만났던 여러 사람들 중 나보다 2∼3년 일찍 귀농을 한 한 친구가 ‘지리산에서 밥 먹고 사는 일은 쉽다. 뒷산에 가서 파드득나물을 뜯어서 팔면 된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생면부지의 파드득나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웹서핑은 물론 아랫집, 윗집을 돌아다니며 어른들께 묻기도 하면서 파드득나물과의 조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나는 반디나물 혹은 잎사귀가 세 개라 삼엽채라 불리는 파드득나물을 지인네 집 텃밭에서 만나게 되었다. 향도 그렇거니와 생긴 것조차도 참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강원도가 고향인 나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나물이었다. 이웃의 어른들께 여쭈어보니 키다리나물처럼 베어다 먹으면 자라고, 또 베어다 먹으면 또 자라는 효자나물이라고 하셨다. 물론 나는 그 후로 파드득나물이 보이면 캐거나 얻어다 집 주변에 심어놓고 대견해 하면서 바라본다.


이른 봄 어린순을 줄기째 따다가 고춧가루, 참기름, 청장을 조금만 넣고 양념 맛이 강하지 않게 버무리면 샐러드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반찬이 된다. 정말이지 키다리나물과 함께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맞기에 더없이 좋은 식물이다. 부추전도 좋고 달래전도 좋지만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로 향 좋은 파드득나물전을 능가할 것이 또한 없다. 그리고 데쳐서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에 무쳐먹는 다양한 재미도 있다.

어찌나 향이 좋은지 파드득나물을 산초, 파, 생강, 고추 등과 함께 천연향신료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 종자 개량한 것을 들여다 재배하는 농가들이 있지만 지리산의 골짜기 곳곳엔 아직 손 타지 않은 야생의 파드득나물들이 보이고 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파드득나물은 미나리과의 채소로 국약제요(國藥提要)에는 압아근(鴨兒芹)이라 표기하고 있으며, 맛은 맵고 약간 쓰며 평화로운 성질을 가졌다. 줄기와 잎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어혈을 제거하며 진통하고 가려움을 멎게 한다. 뿌리는 찬 기운을 흩어내며 기침을 멎게 하고 담을 삭이는 효능이 있다. 찬바람으로 인한 감기, 물을 마시다가 사래들어 나는 기침, 타박상을 치료하기도 하며 그 열매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기의 순환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으며 소화불량도 치료한다. 또한 비타민A가 풍부하여 눈과 피부 점막을 보호하므로 피부, 스트레스, 불면증, 식욕증진, 시력저하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대상포진 및 피부소양 치료에도 응용된다.

지리산 여기저기에 흔하디 흔한 것이지만 약성도 좋고 맛도 좋고 향까지도 좋은 파드득나물, 피곤이 겹치고 나른하여 자꾸만 주저앉고 싶다면  파드득나물 한 접시 해먹자. 비록 새처럼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만 작은 나물 한 접시가 늘어지는 봄을 이기게 하는 훌륭한 밥상의 주역임을 숨길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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