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발의안 보류 “군의회의 예산 핑계 설득력 없어”

정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부의장

  • 입력 2014.05.18 20:36
  • 수정 2014.05.18 20:3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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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농민회는 지난해 4월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조례를 주민발의했다. 1월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에 군민 3,500여명이 참여했다. 처음 부여군의회에 주민발의안을 제출했을 땐 ‘정자 서명’ 문제로 다시 만 이틀동안 주민 500여명의 서명을 추가로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부여군과 협의해 당초 100억원의 출연금을 조성하는 사항을 50억원 기금 조성으로 재조정하는 실무수정도 거쳤다.

▲ 정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부의장
대표발의자인 정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부의장은 주민발의안 통과를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주민발의안은 해가 바뀌도록 해당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주민발의안에 동참했던 주민들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지쳐갔다. 그러던 지난 2일 부여군의회는 끝내 주민발의안을 보류했다. 정 부의장은 “안일했다. 쉽게 생각했다”고 자책하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농민들의 마음을 보여줄 겁니다.” <홍기원 기자>

- 가격안정기금 주민발의안은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 2012년 부여군농민회 회장을 맡은 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지역에서 실현하는 방법으로 조례제정을 검토했다. 이 조례의 주민발의를 성공한 음성군농민회와 함께 공부하면서 조례안을 만들었다. 부여군의회 전문위원들조차 주민발의가 뭔지 잘 몰라서 농민회가 알려주면서 진행했다. 2010년 충남 벼농가 경영안정 직불금 조례를 주민 발의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 부여군 농업현실에 비춰 이 조례가 필요한 이유를 말한다면?

▶ 부여지역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45%인데 농정예산은 전체예산의 25% 수준이다. 태풍피해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 한 품목만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체 품목이 어려움을 겪는다. 태풍에 망하고 올해는 가격폭락으로 망하면 내년에 농사를 계속하는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부여지역 총 460여명의 이장들 중 이 조례안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다.

- 주민발의안이 보류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부여RPC 부실운영 문제로 군 전체가 들썩거렸다. 농민들의 이같은 저력이 정치적 경쟁세력이 될까 무서워하는 것 같다. 5년 동안 1년에 10억씩 조성하는데 예산을 핑계로 내세워 반대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현재 56억원 규모의 부여군 농업발전기금이 무이자 융자대출로 사실상 의원들의 선심용 예산으로 쓰인다. 원래 농업발전기금은 그런 용도로 조성한 게 아니다. 앞으로 이런 사실들을 군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 이대로 주민발의안이 침몰할 수도 있다.

▶ 지역농민들의 상실감이 상당할거다. 아직도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중FTA, TPP, 쌀시장 전면개방 등 위기가 닥쳐오는데 조례 제정이라도 성사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실패해도 다른 방법을 찾을 거다. 꼭 농민들이 마음 놓고 내년에도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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