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포도, 오렌지 대신 국내 시장 점령하나

오렌지 수입 줄었으나 관세 철폐로 칠레산 포도 증가
국내 포도 재배면적 감소… 제철과일도 피해

  • 입력 2014.04.19 15:56
  • 수정 2014.04.19 16:0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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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kg팩에 담긴 칠레산 포도와 미국산 오렌지가 대형마트 가판대에 쌓여있다.
“오렌지 반입 물량이 크게 줄고 수입 포도는 과포화 상태입니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한파에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생산량이 급감, 수입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오렌지가 주춤한 틈을 타 그 자리를 칠레산 포도가 대신하고 있다. 오렌지 단가 상승과 칠레산 포도 관세 철폐로 수입업체들이 칠레산 포도로 목표를 돌린 것. 이에 국내 딸기·참외 등 제철과일·과채 재배 농가들과 포도 농가들은 악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박대도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사는 “중앙청과의 경우 오렌지 반입물량이 지난해 대비 40% 줄었으나 수입 포도는 과포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수입된 오렌지는 5만3,000톤으로 지난해보다 28% 적다. 공급이 줄면서 수입단가는 상승했다. 수입단가는 kg당 지난해 1.26달러에서 올해 1.72달러로 37% 상승했다. 지난 15일 가락시장 경락가 역시 18kg 상품 기준 4만5,151원으로 지난해 3만6,525원보다 8,600원가량 상승했다. 오렌지 단가가 상승하면서 과일 수입업체들은 칠레산 포도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상황.

오렌지 생산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칠레산 포도 관세가 철폐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4.1%였던 칠레산 포도 관세는 올해부터 완전히 철폐됐다. 계절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11월~4월엔 칠레산 포도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는 것.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이후 포도 수입량은 급격히 증가중이다. 2004년엔 8,300톤이었던 수입량이 2013년에는 4만7,400톤으로 5.7배나 증가했다.

수입 과일이 시장을 점령해 가면서 국산 포도 농가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000년 2만9,000ha에 달했던 포도 재배면적이 2013년 1만7,000ha까지 감소했으며 생산량은 47만5,594톤에서 27만7,917톤까지 감소했다.

포도 농가뿐만 아니라 오렌지와 수입 포도가 대량으로 수입되는 1~5월 사이 출하되는 국산 제철과일인 딸기, 참외, 감귤 재배 농가도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국산과 수입과일 비중이 52%, 48% 수준이다. 과일 판매 실적은 3월 기준 1위 딸기, 2위 칠레산 포도, 3위 오렌지 순이다”라며 “지난해는 1위 오렌지, 2위 딸기 순 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대형마트에선 팩에 담긴 칠레산 청포도와 오렌지가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수입과일 동향에 대해 박 차장은 “원래 캘리포니아에서 들어오는 네블 오렌지는 5월말~6월까지 반입되지만 워낙 미국 산지 물량이 없어 한 달 일찍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에 참외 등 국내 과일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많이 옮겨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농업관측센터는 “오렌지 수입이 여의치 않고 칠레산 청포도 품질이 지난해보다 개선돼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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