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감자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수입개방, 농산물 수급정책의 실패 등을 손꼽고 있다. 국내 생산 감자의 30% 이상이 가공용으로 사용되는데 급증한 수입 감자 대부분이 가공용으로 처리되고 있고 제주도의 겨울 햇감자에 비해 강원도 저장 감자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게 형성되는 것 자체가 수급조절 실패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감자 도매가격(20kg / 상품 기준)은 15,982원으로 전년 보다 최대 44% 이상 폭락된 가격에 거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가격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 춘천시 우두동에서 57년째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최인혁(80)씨는 “1,000평 농사에 650만원 정도의 생산비가 드는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3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농협이 제 구실을 못해 농민만 희생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해결코자 도와 농협에 제시한 농민들의 요구안은 크게 4가지다. ▲감자재고량 전수조사 및 전량 매입 ▲무이자 긴급영농자금 지원 및 감자생산농가들의 취급수수료 등 부대비용 환원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조례 제정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등이다.
투쟁선포식을 마친 농민들은 감자가격 폭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총 900상자, 1.8톤 분량의 감자를 도청 앞과 농협 도본부 앞에 각각 적재했다. 이 과정에서 감자 적재를 막으려는 도청 관계자와 농민 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수십 여 상자가 도청 앞 도로에 쏟아져 내렸다. 또, 감자를 쌓기 위해 5톤 차량에 올라가 있던 전농 강원도연맹 활동가 2명이 경찰에게 사지가 들린 채 연행되기도 했다.
유양희 전농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도청 농정국장에게 오는 23일까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대책이 미흡할 시엔 그에 상응한 투쟁을 또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농민들이 도청 앞에 쌓거나 내던진 감자 상자엔 공교롭게도 ‘감자의 꿈’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우리 땅에서 자란 강원감자는 우리 몸에 좋은 참먹거리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감자 상자를 길거리에 쌓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강원도 농민들의 탄식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