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 쏟아부은 마늘·양파, “농사짓는 게 죄인가”

9일 여의도서 농민대회 열려… 수매확대·수입중단 등 대책 마련 촉구

  • 입력 2014.04.13 19:20
  • 수정 2014.04.13 22:02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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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마늘, 양파 가격폭락 대책 촉구를 위한 전국 마늘 양파 생산 농민대회에서 경남 창녕, 전남 무안, 제주 지역 농민들의 현실 규탄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한 농민이 착잡한 듯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다. <한승호 기자>

▲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마늘, 양파 가격폭락 대책 촉구를 위한 전국 마늘 양파 생산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마늘과 양파를 손에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마늘·양파 가격폭락 대책촉구를 위한 전국 마늘·양파 생산농민대회가 열렸다. 집회엔 창녕군 농민들을 비롯해 고흥, 무안, 장흥, 제주, 남해, 합천, 강원도 등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 6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집회에서 농민들은 지난해 마늘 재고량의 완전하고 영원한 시장 격리, 정부수매량의 확대·조기 실시 촉구, 수매가격 kg당 2,700원 보장,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와 더불어 올해 마늘 TRQ물량 수입중단 촉구, 생산비를 반영한 마늘 최저보장가격의 인상을 촉구했다. 또 양파와 관련해 정부 수매량 확대 및 수매가격 kg당 450원 이상으로 현실화, 최저보장가격 kg당 350원으로 현실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농민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대회사를 맡은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전국에서 농산물 값 제대로 받는 게 없어서 속상하고 가슴이 답답하실 거다. 농민들이 능력이 없어서도 게을러서도 아니다. 개방농정 때문이다. 물가 잡는다고 이리 풀고 저리 푸니 농산물 값이 휘청 거린다”며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산물 제 값 받고 파는 게 정부의 정책 아니겠나. 그런데 한중 FTA 하겠다, 쌀 개방 하겠다 한다. 국가는 농민들의 농산물을 제 값 받게 책임져야 하고 우리는 국가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다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사지으며 가장 힘든 순간은 애써 기른 농산물을 갈아엎을 때다. 농민들이 떼 부자 되길 바라는 것 아니다. 건강한 먹거리 먹고, 제 값 받고 팔기 원하는 것이다. 언론은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많아졌다 하는데 한쪽에선 수입농산물이 쌓여있으니 속에서 불이 난다”며 “고작 정부의 대책이라고 하면 농가의 생산량을 줄이라고 하는 것이니 농민들의 분노를 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홍인규씨는 “지난해 감자 농사 8,500평을 지었는데 5,000만원 손해를 봤다. 올해도 7,000만원 정도 손해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정부에 호소 드린다. 이렇게 길거리에 안 나오도록 해달라. 물가 안정시키겠다고 정부에서 물량을 막 푸는데 농산물 다 똥 값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양파와 마늘을 재배하는 이승택씨는 “제주 대정농협 조합원이 약 4,000명이다. 지난해 마늘 1만3,000톤을 수매했는데 1,000톤 팔고 지금 1만2,000톤 남아있다. 남아있는 물량에 상인들도 덤벼들지 않는다”며 “이번에 양배추 8,000평 농사지었는데 400만원 벌었다. 농사지어 소득만 보전된다면 귀농정책 안 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회 진행 도중 농민 대표들은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결과 농식품부는 “농협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마늘 재고량에 대해 수확기방출 시 시중 값에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절대 풀지 않겠다. 정부 수매량은 4월 말 마늘 작황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참고해 가격 동향을 봐 가면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마늘 생산비는 농민들과 협의 하에 결정하겠다. 지난해 마늘 TRQ 도입 물량이 적어 올해도 조금 들여오면 의무 수입량 때문에 WTO에 제소를 받을 수 있어 최대한 시장 가격 동향 봐 가면서 들여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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