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쌀의 위기, 식량주권의 위기

1.우리쌀의 현주소

  • 입력 2014.04.11 14:59
  • 수정 2014.04.14 10:17
  • 기자명 최재관 농민운동네트워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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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혼이요 우리 농업 최후의 보루인 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쌀을 둘러싼 현황, 쌀 시장개방과 양곡정책 그리고 전면개방 위기 상황의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7회 연재로 풀어 본다.

2014년 쌀의 위기, 식량주권의 위기

1. 우리쌀 의 현주소

2.“대통령직을 걸고 쌀을 지키겠습니다.”

3. 쌀 정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4. 쌀을 지켜야한다.

5. 고율관세의 허구

6. 국제법으로 본 ‘현상유지’ 왜 가능한가

7. 현상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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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관 농민운동네트워크
혼합쌀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미국쌀 95% 기찬진미쌀, 중국산 95% 청아미, 호주산 95% 농부의 명작, 미소뜰, 농부사랑, 자연맛쌀, 천지인’ 모두 국산포장지에 담겨 팔리는 수입쌀들의 이름이다.

왜 95%의 수입쌀들이 5% 국내산을 혼합하여 국내산으로 옷을 갈아입었을까? 밥쌀용 수입쌀은 2010년 2만 톤을 팔기가 어려웠는데 2012년에는 14만 톤을 훌쩍 넘겨 판매 되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동안 정부는 수입쌀의 판매부진으로 인해 수입쌀 창고 보관료로 인한 손실과 수입쌀 할인 판매를 통한 손실을 봐왔고, 그것을 해소하기위해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수입쌀이 14만 톤까지 팔리게 되었다. 미국산 쌀이 나오기가 무섭게 매진되는 상황이다.

수입쌀이 국산포장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렇게 팔아도 불법이 아니고 합법이라고 한다. 수입쌀이 국산을 5%만 섞어도 혼합미로 둔갑되어 국산 포장지로 포대갈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곡관리법의 허점을 이용한 수입쌀의 판매가 급증했다. 쌀값은 추락하였고 소비자들은 속고 있다. 농민들은 혼합쌀이 팔리고 그것이 합법이라는 말에 ‘정부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라고 탄식한다.

2011년 정부는 묵은 쌀을 햅쌀과 섞어서 파는 혼합미 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했다. 년산이 다른 쌀을 혼합했을 경우, 혼합비율을 구분해서 표시한다고 하더라도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 하다. 정부는 왜 이런 말 도 안 되는 정책에 앞장섰을까.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밥쌀용 수입쌀 원산지 표시 위반 물량>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혼합미를 권장한 이후 원산지 표시위반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산을 표시 하지 않거나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서 표시한 경우가 식당을 중심으로 2008년 941t이던 것이, 2011년 1,687t, 2012년 3,438t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국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혼합미를 통해 유통 상인들을 자극하고 원산지 표시의 빗장을 열어놓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 지난달 26일 (가)식량주권지키기 운동본부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수입쌀과 국산쌀 혼합 금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산으로 둔갑한 수입쌀이 게시된 손팻말이 전시돼 있다. <한승호 기자>
쌀이 모자란다

시중에 쌀이 부족해서 수입쌀이 최근 3년간 더 많이 도입되었고 그것이 혼합곡으로 많이 팔렸다. 최근 3년 연속으로 쌀 자급률이 80%대로 떨어졌다. 1975년 통일벼로 100% 쌀 자급을 이룬 이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시중에 쌀이 부족했고 최근 3년간 관세청 자료를 보면 수입쌀이 의무도입량을 훨씬 초과해서 들어 왔다.

시중에는 쌀이 부족해서 수입쌀은 더 들여왔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그것은 수입쌀 혼합미가 식당가를 중심으로 판매됨에 따라 국민들이 국내산과 수입쌀을 구분하지 못하고 먹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쌀 부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수입쌀 혼합미로 인해 쌀값이 오히려 떨어지니 쌀이 남는 줄 알고 있다.

2011년 정부는 쌀 자급률 목표치를 90%에서 98%로 상향 조정했는데 정작 현실은 3년 연속 80%대로 추락했다. 쌀 자급률 98%를 달성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농촌경제연구원의 2014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쌀 자급률 91%가 된다고 예상했으나 최근 정부는 쌀의 경지면적이 올 초 농경연 예상 83만1,000ha에서 1만 1,000ha가 더 감소하는 82만ha로 발표했다. 그 결과 농경연의 농업전망 자료에 근거해 보면 올해의 식량자급률은 90%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지난 10년간 관세청 자료를 통해서 확인해 보면 올해 들여올 수입쌀은 31만 톤 가량 된다. 그렇게 보면 공공비축미 78만 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15만 톤이 오히려 부족하다. 올해도 쌀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300평당 평균 단수를 506kg으로 계산하고 있어 최근 3년간 보다 풍년이 들었을 때 가능하다.

도대체 이 쌀 부족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난 3년처럼 몰래 수입쌀을 더 들여오고 혼합쌀로 섞어서 국민을 속일 것인가. 실로 심각한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이 23%가 안 되는 나라에서 그나마 마지막 자급하던 쌀마저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가 설정한 98% 쌀 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농지 확보에 이미 실패했는데 오히려 며칠 전 정부는 농지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사라지는 농지를 새로이 마련할 간척사업은 없는 조건에서 한 번 사라진 농지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도대체 다가올 식량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올해는 쌀의 관세화를 통한 전면개방을 논의하는 해이다

농민들은 쌀을 포기하고 있다. 2011년 정부는 쌀이 남는다며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었다. 쌀 자급률은 급락하고 있는데 농지규제는 완화하고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고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설정한 쌀 자급률 목표치 98%는 장식용이다. 수입쌀이 국내산으로 둔갑되어 판매되고 있는 조건에서 수입쌀이 전면적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입산과 국내산을 구별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우리 쌀을 지킬 수 있을까. 정부는 쌀을 개방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관세화를 논의할 자격조차 의심스럽다. 쌀 개방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추가개방 없는 현상 유지가 마치 우리가 가능하지 않은 억지 주장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현상유지는 특권이 아니라 우리의 정당한 권리이다.

UR협상 당시 우리가 쌀의 관세화 유예를 받은 것은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건이고 특징인 것이다. UR협정에서 DDA협정으로 관세감축의 범위와 내용을 넘겼는데 우리나라만 추가 개방의 의무를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쌀은 민족의 생명줄이다. 쌀 정책을 한번 잘못 펴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온다. WTO는 성경이 아니다. WTO는 모든 것을 협상으로 결정한다. WTO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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