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양파 주산지 농민들, 근심 '가득'

주산지 농민들이 위태롭다

  • 입력 2014.04.05 23:33
  • 수정 2015.11.08 00:16
  • 기자명 김명래,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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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앞둔 농민들이 큰 시름에 빠져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남, 경남, 강원의 양파, 대파, 감자, 마늘 농가들은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생산비도 못미치는 가격이 형성된 시장에 출하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특히 올해 재배되는 채소들의 생산량도 좋아 이들의 근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현재 양파 재고량은 전국 8만여톤. 양파가격도 작년 이맘때에 비해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대파 역시 지난해 1,000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는 300원 이하로 떨어져 농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더욱이 대파의 경우에는 장기저장도 어렵다보니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감자의 경우에도 생산비의 절반에 못미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강원도 지역의 농민들은 지난해 생산해 놓은 감자 재고 때문에 올해 농사는 손도 못대고 있는 형편이다. 경남 창녕, 전남 무안, 진도, 강원 정선을 다녀온 기자들이 농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취재했다.

 수확 앞두고 낮은 가격에 울상

양파의 대표적 주산지 창녕은 6월 중순 양파 수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확도 안한 상황에서 작년 재고로 인해 시장의 양파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말 양파 1kg당 경매가격은 2,565원, 하지만 올해 3월말 1kg당 양파 가격은 517원으로 지난해 보다 5분의1 가격으로 폭락했다.

지난 2012년 양파 가격이 1kg당 1,800원을 웃돌면서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늘린탓도 있지만, 일부 대기업이 가공양파를 수입해 국내산 양파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제주도 조생양파가 지난해보다 10일정도 빨리 출하됐고, 창고에 있는 양파 재고물량도 넘쳐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창녕농협의 경우도 지난해 보관된 양파 재고물량은 3,000톤 이상으로 2012년 재고물량보다 3배 이상 많이 보관돼 있다. 농민들은 전국에 8만톤 정도가 저장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창녕의 윤용주씨는 “제주도 조생양파와 창고에 쌓아놓은 양파가 겹치면서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돼 양파시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창녕은 지난해 10월 25일 이후 심은 중만생종 양파를 오는 6월부터 수확할 예정이고, 제주도, 무안, 함평지역의 조생종 양파는 이미 수확이 시작돼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만난 윤용주(63세·창녕읍 신촌리)씨는 40년째 양파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산량이 좋아 걱정이 많다. 윤씨는 “어떤 농사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양파나 마늘은 특히 시간에 쫓기면서 농사짓는다. 모를 심기 전에 양파를 다 뽑아야 되고, 추수를 한 뒤에는 다음해에 수확할 양파를 심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싸움이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농사지어도 시장가격이 안 맞으면 손해를 봐야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양파 6,000평, 마늘 2,700평 규모로 농사짓고 있다. 하지만 마늘 역시 시장가격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 윤씨는 “이곳에서는 딱히 농사를 지을 품종이 많지 않다. 농가들이 시세에 따라 마늘이나 양파 농사면적을 조절해 심고 있는 정도다. 지난해 양파가격이 좋다보니 재배 면적이 늘어난 것 같다. 높은 가격은 바라지도 않는다. 양파값이 비싸지면 정부가 수입한다고 할테고, 도시 사람들도 비싸서 못 사먹을 것 아니냐.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그냥 내가 들인 돈에 내 인건비라고 할 수 있는 조금의 이윤을 얹어서 받는 가격이면 좋겠다. 먹고살게만 해주면 그게 최고 일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최근 5년 사이 양파농사에 필요한 비료값·종자값이 50%나 올랐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자가 나올 때마다 농약도 새로운 것을 구입해야 하니 생산비도 매년 상승한다. 모종비, 거름, 비료, 농약(살충제, 살균제), 비닐피복비와 함께 인건비를 제하면 그의 손에 쥐어지는 건 조수익의 3분의 1정도다.

창녕군농업기술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양파재배농가는 10a의 면적당 양파 7,119kg을 생산한다. 이에 해당하는 조수익은 462만7,000원이며 경영비로 331만5,000원을 제하게 된다. 결국 농가 소득은 10a의 면적당 131만2,000원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윤씨가 6,000평 땅에 양파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입은 총 2,600만원정도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4인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10만2,800원(연간 소득 예상치 6,123만3,600원)인 것에 비하면 소득 수준은 현저히 낮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국에서 135만톤의 양파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올해 역시 양파 작황이 좋아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다시 말해 가격 폭락이라는 재앙을 올해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양파 농가들은 지난달 3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폭락하고 있는 양파·마늘 가격대책을 수립하고 1kg당 양파 최저 생산비 350원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수입산 양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윤씨는 “농민들이 농사지을 땅이야 정해져 있는 것인데 여기서 더 큰 소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있는 땅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바랄 것이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 양파 하우스 앞을 지키고 선 무안 농민 박흥상씨. 떨어질 대로 떨어진 양파값에 대한 근심을 늘어놓던 박씨는 “생산비만이라도 건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승호 기자>

생산비만이라도 보전해 줬으면…

무안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1일 전남 무안군. 비닐하우스를 지키고 서서 물을 뿌리는 박흥상(68세)씨의 표정은 복잡했다. 오는 20일경 출하를 앞둔 양파는 하우스 안에서 알알이 여물어 가고 있지만 도무지 올라올 줄을 모르는 지금의 양파 가격으로는 밑지는 농사가 될 것이 뻔하다.

조생종 양파는 20kg짜리 망을 단위로 200평당 120망 가량이 생산된다. 망당 1만원 남짓 하는 최근의 양파 시세를 따져 보면 200평당 수입은 120만~130만원. 반면 200평당 투입되는 생산비는 130만~140만원이다. 잘 해야 본전일 뿐 올해 양파 농사는 헛수고인 셈이다.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양파값 폭락의 원인으로 박씨는 수입양파를 꼽는다.

“작년에 잠깐 좋았던 가격이 며칠 못 갔어. 아무래도 FTA 영향이지. 국내 생산물량이 초과해봐야 얼마나 하겄어. 소비 촉진만 좀 되면 충분히 소진할 수 있는데 결국 수입이 문제인거지.”

지난해에는 농민들이 망당 1만6,000원의 좋은 가격을 받았지만 일선 농협과 유통업자의 피해가 컸다. 무안군내 4개 읍면의 양파 중 약 30%를 수매하고 있는 무안농협은 지난해 농민들로부터 양파를 수매하자마자 급격한 폭락 사태를 맞아 현재까지 총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저장창고에서는 아직도 100톤의 양파로 양파즙 등 가공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200톤은 폐기가 진행중이다.

농협과 유통업자들의 저장고마다 아직까지 쌓여있는 양파 재고물량은 당장 출하기가 닥친 올해 양파값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기온 탓에 생산량도 다소 증가해 가격 반등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괴롭지. 정말 괴롭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 하는 이런저런 괴로움, 거기다 신체적인 괴로움까지, 말할 수가 없지.” 툭툭 내뱉는듯한 말투로 설명을 이어가던 박씨가 문득 깊은 한숨이 섞인 울상을 짓는다.

“누가 그러더라고. 땅에서 난 것은 하나도 가격이 나오는 게 없다고. 배추에 감자, 마늘, 양배추, 전국적으로 다 난리잖아. 그나마 양파 농사 짓는 사람은 나은 편이라고까지 하니 어쩌겠어.”

조생종 양파에는 최소 세 차례 비료를 쓴다. 하지만 이번에 박씨는 두 차례만으로 비료 작업을 마무리했다. 보유하고 있는 6,400평의 양파밭에 한 차례 비료를 쓰는 데 드는 비용은 70만원. 밑지는 농사에 더 이상 돈을 투입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었으면 적어도 투입된 생산비만은 건질 수 있어야지.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야 못되더라도 정부에서 최소한은 보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말여. 우리(농민)도 국민이니까!”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봤으면’ 하는 게 지금 심정이라는 박씨. 취재 내내 걱정을 늘어놓던 박씨의 입술은 “이 얘기만 하면 입이 이렇게 바짝바짝 타들어간다”는 그의 말처럼 정말로 수십분 사이에 허옇게 말라붙어 있었다.  <김명래·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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