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밥, 100% 국내산인가요?

수입쌀·국내산 쌀 혼합, 이런 문제가
쌀 생산량 줄어도 쌀값 제자리 걸음
수입쌀 부정유통, 법 개정으로 급증

  • 입력 2014.03.30 21:27
  • 수정 2014.03.30 21:5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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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쌀과 국내산 쌀 혼합 금지 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혼합미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잘 팔리지 않던 수입쌀. 시중 유통의 물꼬를 터 준 것은 지난 2009년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부터다. 그로부터 5년, 혼합미 유통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쌀주산지역인 여주시농민회 교육자료와 수입쌀 부정유통 근절을 위한 전농·김선동 의원실 간담회 자료를 통해 알아본다.

▲ 국내산 쌀에 미국, 호주, 중국 등 수입쌀을 섞은 혼합미. 포장지 앞면과 브랜드 이름만 보면 국내산 쌀로 착각하기 쉽다. 〈한승호 기자〉

쌀도 원산지 확인 ‘필수’ 시대

대형마트에 미국산 칼로스와 국내산 쌀이 동시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쌀의 원산지를 정확히 알고 구매하는 것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 쌀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표시를 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MMA 수입쌀이 국내산 쌀로 둔갑 판매되다 적발된 건수가 2011년 149건, 2012년 390건, 2013년 7월까지 214건으로 총 753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 3년(2008년 58건, 2009년 40건, 2010년 36건)의 134건과 비교했을 때 562%나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여기에 단속을 피한 부정유통까지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은 수입쌀 부정유통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원산지 표시 위반 주요 품목별 단속실적’을 보더라도 상위 10위 안에 없던 ‘쌀’ 적발건수가 2011년부터 4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쌀의 부정유통 문제는 2009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한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정부, 노골적 수입쌀 유통 활성화 …법 개정·판매자격 완화

정부는 지난 2009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서 햅쌀과 묵은쌀의 혼합은 물론 국내산 쌀과 수입쌀 혼합을 허용했다. 또 혼합된 품목이 5가지를 넘으면 많이 혼합된 순으로 5가지 이상 표시토록 했다. 아울러 혼합 허용오차는 10% 이하로 한다고 명시해, 국내산 쌀 5%에 95% 수입쌀을 섞었다고 표시된 상품의 경우 국내산 쌀이 한 톨도 들어가 있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니다.

법 개정과 함께 수입쌀 판매 자격도 대폭 넓혔다. 300억 원 이상 규모만이 수입쌀 공매를 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제약조건이 없어졌다. 이로인해 수입쌀 공매업체는 43개에서 600개로 급증하게 됐다. 공매횟수도 확대했으며, 수입쌀 식용 판매가 부진하자 정부는 수입쌀 구매가격보다 낮게 판매하고 적자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사용해 메꾸는 등 수입쌀 유통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 통합진보당 김선동의원실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수입쌀 혼합, 부정유통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쌀 생산 감소해도 쌀값 제자리

수입쌀의 부정유통이 늘고 혼합미 판매 허용에 따라 생산농가에는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까.

우리나라는 수년째 쌀자급률이 80%대에 머물고 있다. 경제학의 기본원리에 따르더라도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은 올라야 한다. 하지만 수입쌀이 국내산 쌀 부족분을 떠받치고, 국내소비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산 쌀값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밥맛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도 감수해야 했다.

여주시농민회 최재관 교육부장은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논은 그 보다 더욱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11년 쌀자급률 83%를 기록해 충격을 주었는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0%대에 머물고 있다”면서 쌀부족 현실을 경고했다. 실제 올해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 83만2,000ha 대비 0.2% 감소한 83만1,000ha로 전망되고 있으며, 매년 논의 농지전용 면적이 6,000ha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쌀 부족은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 아울러 국내산 쌀이 부족한 상황에도 수입쌀과 쌀저가 정책이 맞물려 쌀농가의 실질소득은 매년 감소하고 있어 쌀 생산 의욕마저 꺾고 있다.

수입쌀, GMO·유해 농약에 무방비

수입쌀 유통이 합법화 되면서 소비자들의 알권리 박탈과 함께 안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가 먹는 밥쌀용은 대부분 중국과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의 안정성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골칫거리이며 미국산 농산물 또한 상대적으로 유전자조작(GMO)에 관대해 먹거리 안전성에 취약한 구조로 고착될 우려가 있다.

농촌진흥청 시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쌀은 비소가 0.02mg/kg으로 검출됐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산쌀은 국내산의 8배인 평균 0.17mg/kg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비소에 대한 국내 기준치가 없다. 비소 기준이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한데, 0.15mg/kg으로 우리나라 검출량보다 7배 높은 상황이다.

쌀 전면개방.혼합미 근절부터

정부는 쌀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오는 6월까지 입장을 공식화 하고, 9월까지 WTO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쌀 전면개방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정부의 의중은 다양한 통로로 표출되고 있다. 이같은 쌀 전면개방 태도에 대해 (가)식량주권지키기 운동본부는 “정부는 고율관세로 MMA 물량 외에 추가 쌀 수입은 없을 것이라 하지만 이는 현재 급속하게 추진 중인 각종 FTA와 TPP로 인해 무너질 것이 뻔하며 정부도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불확실한 ‘쌀 고율관세론’만 믿는 정부의 무책임에 질타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정부는 국내 쌀 대책에 확고한 입장을 가져도 모자랄 판에 “혼합미를 찾는 소비자가 있어 법 개정이 어렵다” “과도한 규제다”는 옹색한 변명만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김선동 의원실은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4세미나실에서 ‘수입쌀, 부정유통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민과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 쌀산업 보호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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