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색 살린 토종육성 위한 지자체 조례 필요”

안완식 토종씨드림 대표

  • 입력 2014.03.30 01:11
  • 수정 2014.03.30 01: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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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완식 박사(토종씨드림 대표)는 한국 토종씨앗의 대부로 불린다. 토종종자 수집활동을 시작한지 3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안 박사는 일흔넷의 나이에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외딴 마을과 마을을 오가는 수집활동 현장을 지키고 있다.

횡성 한 농가에서 큰 박바가지를 본 안 박사는 미처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집주인은 “5년 전에 박 농사를 그만뒀다”며 박 씨앗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온종일 사라진 박씨를 안타까워했다. 수량이 나질 않아 토종 농사를 하지 않는다는 농가를 나오며 안 박사가 혼잣말을 했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함께 (토종종자를)갖고 올라가시나 보다.”

할머니들이 첫 수확하자마자 좋은 씨를 골라 말리고 그 중에서도 좋은 종자를 선별해 고이 보관하는 모습은 이제 옛 얘기가 되고 있다. 안 박사는 한 세대가 다 가기 전에 더 많은 토종을 확보하려는 듯 발길을 다시 재촉했다.  <홍기원 기자>

▲ 안완식 토종씨드림 대표

- 지난해 국립유전자원정보센터가 토종씨드림을 농업생명자원관리기관으로 선정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센터에서 토종씨드림이 가진 종자자원이 많으니 우릴 관리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토종씨드림이 보유한 종자자원의 특성을 평가하고 보전 및 증식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사랑리농장에서 제주 부엌배추 품종 선발에 성과가 있었다. 종자들 중에서 수확량이 많고 자신만의 특성을 갖춘 종자를 골라내 그 종자를 늘리고 잘 보관해야 한다. 그래도 나 혼자만 갖고 있으면 결국 없어진다. 그래서 센터에 종자를 보관하게 됐다.

- 이미 30여년이나 종자수집활동을 진행해 찾지 못한 종자가 없을 텐데 왜 수집활동을 계속 하는가?

▶지역마다 사람도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종자 역시 똑같은 종이라도 지역마다 다 다를 수 있다. 환경에 적응하며 정착한 토종종자기에 종이 같아도 지역이 다르면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한 예로 수비초란 고추는 경북 영양군 일원면에서만 농사가 유독 잘된다. 횡성군 수집활동이 끝나면 곧 정선군에서 수집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 토종씨드림은 올해 정기총회서 지역모임 활성화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한걸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종자주권이란 나도 종자를 심을 수 있고 남에게도 전할 수 있는 걸 뜻한다. 이 종자주권을 되찾으려면 자꾸 토종종자를 심어야 한다. 토종이란 종자은행에 넣어놓는다고 보존되는 게 아니다. 토종 자체가 지역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것이다.
100년 동안 토종종자를 종자은행에 보관하기만 하면 우린 환경에 적응해 발전한 토종종자를 잃게 되는 셈이다. 결국 기본적인 토종종자 육종가는 지역의 농민이다. 토종종자는 지역성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지역활동을 활성화하려 한다.

- 경기도와 함께 토종관련 조례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은 무엇인가?

▶조례를 통해 토종을 연구하는 기관과 농가를 발전시켜야 한다. 농민이 생산한 토종농산물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농민의 소득증대와 함께 토종 자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사항을 경기도와 함께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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