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농협법’ 조합장 선거에 혼란만 가중

조합 정관에 따라 선출 방법도 달라

  • 입력 2014.03.28 07:59
  • 수정 2014.03.30 21:53
  • 기자명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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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법에는 이러한 조합장 선출방식으로 직접투표와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방법,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방법 등 3가지가 명시돼 있다. 농민들은 선거방식이 오히려 혼란만 가중한다며 직접선출로 일원화되도록 조합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한승호 기자>
모든 조합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대신 대의원들의 투표로 조합장을 선출하는 방식, 이른바 조합장 간접선거에 대해 ‘엉성한 선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합원이 직접 투표를 할 경우 조합장 후보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호소를 할 수 있지만, 간접선거의 경우는 선거운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운동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 농민들은 “농협법이 조합장 선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춘천의 한 품목농협에서는 조합장 보궐선거가 진행됐다. 이 농협 조합원은 1,000여 명 이지만 이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60여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농협은 조합원이 직접 참여해 조합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 농협에서는 대의원들의 투표로 조합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농협법에는 조합장 선거를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중에서 농협의 정관에 따라 선거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광역단위 조합원을 확보한 원예농협과 인삼농협 등에서 대의원회를 통해 조합장을 선출하고 있다. 선출방식은 농협법을 따르고, 선거관리는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다.

조합장 선거는 선출방식에 따라 선거운동 범위가 정해져 있다. 조합원이 직접 선출할 경우는 선전 벽보를 부착하거나 합동 연설회, 공개토론회도 진행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화,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등 컴퓨터를 활용한 지지호소도 가능하다. 도로나 시장 등 조합원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지지호소를 하거나 명함 배포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방법을 택한 조합의 조합장 후보들은 선거공보물 발송과 대의원회에서 자신의 소견을 정리하는 발언 정도가 고작이다.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경우는 이마저도 제한된다.

조합원들은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조합장 후보자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선전벽보나 문자메시지, 조합원들에게 지지호소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춘천의 한 농민은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서 정관이나 규정이 엉성하다. 호별방문이나 직접적인 만남은 금품 살포나 부정적인 선거방법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후보자 간 토론회 개최나 선거 벽보 등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면서 선거감시는 엄격해졌지만, 선거운동도 함께 위축됐다는 게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전북 익산의 김영재씨는 조합장 선출방식을 조합원들의 투표로 하는 직접선출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법으로 조합장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극히 제한하고 대의원들만으로 조합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후보자가 적합한지 판단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후보들은 조합원들을 만나 공약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고 유일하게 현직 조합장이나 임원들이 영농간담회나 좌담회의 형식을 빌려 조합원을 만나고 있다. 다른 후보들에게는 기회가 별로 없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라도 양지에서의 선거운영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대의원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는 농협들은 광역단위의 조합인 경우가 많다. 이들 농협에 대해서는 토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게 한다든지 해서 현장에서 조합원과 후보자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조합별로 정관에 따라 조합장 선출 방식이 다양하다. 혼탁선거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김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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