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왜곡된 FTA보도… 포도농가 현실 외면

값비싼 시설투자·생산비 외면한 언론에 농민들 한숨

  • 입력 2014.03.16 19:46
  • 수정 2014.03.16 19: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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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한-칠레FTA 기획보도에 포도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동아일보는 ‘한-칠레 FTA 10년… 농민도 정부도 틀렸다’는 탐사기획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국내 포도 주산지의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옥천군, 영동군 포도농가들은 FTA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음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은 사설에서 이 보도를 인용하며 “포도 농가에 지원된 수천억원의 세금만 낭비된 셈”, “다방농민이라는 말도 있다”, “농업 보호론자들은 아직 반성문 한 장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이달 순 고르기를 한 연동하우스의 포도나무에선 오는 6월경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13일 찾은 김천지역 포도농민들은 보수언론의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도에 나온 농가들은 지역에서 가장 선진화된 선도농가들이여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원폭을 맞아도 안 죽는 풀이 있다”는 얘기다. 시설현대화로 예전보다 더 운영이 버거워진 포도농가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편재관 경북 포도연합회 회장은 “보도된 포도농가 소득은 조수익이지 생산비까지 반영한 순소득이 아니다”라며 “노지 포도 대신 비가림으로, 비가림에서 연동하우스(가온)로 넘어가며 시설투자비와 하우스 운영을 위한 기름값 부담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봉산면에서 연동하우스 포도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연동하우스 건설비가 평당 10~15만원이다. 기름값도 계속 올라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개령면에서 연동하우스 포도농사를 짓는 이정렬씨는 올해 가온을 포기했다. 기름값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포도회 핵심 관계자는 “비수기에만 관세를 철폐한 계절별관세도 이젠 의미가 없다. 수입업자들이 비수기에 들여 창고에 보관하다 성수기에 판매하고 있다”며 “칠레에서 최근 우리 입맛에 맞는 품종의 생산이 늘어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도 수입량 증가도 문제다. 세종시의 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선 포도 비수기인 지난달 칠레산 청포도와 페루산 거봉을 판매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가공용 수입 때문에 국내 전체 포도생산의 3%만 가공용으로 판매된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포도농가의 순소득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포도 재배면적이 조금만 늘어나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현재 협상중인 한-중FTA가 타결되면 수입포도와 더는 경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1년 강우량이 10여mm에 불과한 사막 오아시스 지역에서 생산하는 중국 포도는 당도가 18~25브릭스 정도로 높고 품종도 30여 가지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이미 값비싼 시설투자와 높은 시설운영비에 허덕이는 포도농가의 현실상 중국산 포도와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하면 보수언론들의 경쟁력 높이기 주문은 공허해 보인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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