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농민이 바라본 AI 보상제도

명분없는 감액·터무니없는 액수…“현실성 없어”

  • 입력 2014.03.16 11:23
  • 수정 2014.03.16 22:5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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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을 거듭하고 있는 각종 AI 보상금에 피해 농민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은 예방적 살처분 이후 텅 비어있는 충북 음성의 한 양계농장. 언제나 그랬다. FTA, 가축질병, 자연재해…. 우연이든 필연이든 농가에 심각한 피해가 있을때마다 정부는 항상 지급해야 할 보상금을 감축해 왔다. 그때마다 내세워 온 명분들은 단 한번도 농민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두 달. 정부의 살처분 범위 확대에 따라 현재까지 300여 농장에서 살처분이 이뤄졌고 그 이상의 농가가 입식지연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과연 그 보상은 합당하게 이뤄질까. 충북지역 6명의 살처분 피해 농민들이 조목조목 지적한 AI 보상제도의 문제점을 한데 취합해 엮어 봤다.  <권순창 기자>


▲ 감액을 거듭하고 있는 각종 AI 보상금에 피해 농민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은 예방적 살처분 이후 텅 비어있는 충북 음성의 한 양계농장.


살처분 보상금 감액, 타당성 없다

농민A(59, 음성군 맹동면): 예방적 살처분 후 음성판명은 100%를 보상하고 양성은 80%를 보상한다는 것부터가 웃기다. 병나면 내 소득 깎는건데 방역 소홀히 할 농장주가 어디 있나. 양성 나오는건 죄가 아니다. 늦게 신고할수록 보상금을 추가로 더 깎는데, 오리는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 조기 신고도 어렵다.

농민B(51, 진천군 이월면): 외국인근로자 고용 미신고로 보상금이 대폭 삭감된 농가도 많다. 미신고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들은 AI 발생 전부터 쭉 국내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미신고로 인한 벌금을 매길지언정 살처분 보상금과 관련지어선 안된다.

농민C(57, 음성군 맹동면): 중복발병 할때마다 보상금을 깎겠다는 ‘삼진아웃제’는 어이가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국립축산과학원조차 걸리는게 AI인데, 자꾸만 농가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농민B: 삼진아웃제 만들면 AI 신고는 더 힘들어진다. 세번 중복발병시 20% 지급, 미신고시 20% 지급이다. 신고 하나 안하나 20% 받는건 똑같은데 누가 신고를 하나. 삼진아웃제는 그 발상 자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실성 무시한 소득안정자금

농민B: 농가손실을 보전한다는 소득안정자금은 출하일 초과시 추가사육비와 폐사율 증가분, 상품가치 하락분을 합산해 지급된다. 그중 추가사육비라는 것이 오리의 경우 하루에 27원이다. 1만수를 기준으로 보자. 수당 27원이니 총 27만원인데 다 큰 오리는 하루에 다른 것 다 빼고도 사료비만 150만원이 든다.

농민D(49, 진천군 이월면): 살처분 보상금과는 달리 나중에 출하가 가능한걸 감안하더라도 27원은 터무니없는 액수다. 출하기인 40일령이 넘어가면 오리가 더이상 살은 안찌고 사료·깔짚비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농민E(54, 진천군 이월면): 그 말이 맞다. 몇년 전 안좋은 사료를 쓰게 돼 열흘쯤 늦은 52일령에 출하를 해본 적이 있다. 생산비가 갈수록 늘어나 계열사에 오히려 1,800만원을 배상해 줘야 했다. 그 타격을 정상 복구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생계안정자금 지급기준 ‘갸우뚱’


농민C: 살처분 후 입식제한기간동안의 생계안정자금 지급 대상은 오리·산란계 2만수, 육계 4만수 미만이다. 나는 오리 2만2,000수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규모가 클수록 피해가 더 큰 법인데, 하다못해 2만수분만이라도 지급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농민D: 나는 2만수 미만의 농장을 두개 가지고 있다. 만약 나와 아내의 명의로 각각 하나씩 뒀다면 생계안정자금을 둘 다 받을 수 있었지만 모두 내 명의로 돼 있어 한 푼도 받을 수 없단다. 이게 뭐하자는 건가. 육계는 70~80%의 농가가 5만수 이상이고 오리도 호남지방엔 3만수 이상이 대부분이다. 살처분 수수 에 따른 지급제한은 한참 잘못됐다.


속상한 마음, 치미는 분노 뿐


농민F(63, 진천군 이월면): 멋대로 살처분 한다고 꺼내 가는데 욕밖에 안나왔다. 그 오리를 판 돈으로 22일날 예정된 자녀 혼사를 치를 계획이었는데, 정부에서 돈이 안내려왔다고 살처분 보상금조차 아직 단 한푼도 나오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다. 차라리 사람도 같이 살처분 시켰으면 싶을 정도다.

농민A: AI 항체가 생기려면 최소 1주일이 걸린다는데, 생후 4일 된 병아리에서도 AI가 검출됐다. 출하전 검사때 음성 판정을 받은 오리가 출하직전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내려지고 살처분을 위해 밀집계류했다가 재검사때 양성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미심쩍은 부분도 많지만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다.

농민C: 살처분 때문에 자살하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오리랑 같이 죽고싶은 심정이지만 자식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답답하고 화만 치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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