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판이다

  • 입력 2014.03.14 14:03
  • 수정 2014.03.14 14:09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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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에드 패스트 캐나다 통상장관은 11일 회담을 열고 양국의 FTA 타결을 선언했다. 지난 2008년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서 중단된 FTA 협상을 재개한 지 4개월 여 만에, 협상 시작 8년 8개월 만에 타결한 것이다. 지난해 말 한-호주 FTA 타결 이후 석 달 여 만이다. 이로써 캐나다는 우리나라의 12번째 FTA 협정국이 됐다.

말 그대로 ‘묻지마 FTA’의 연속이다. 협상 과정에서 필수적인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생략됐다.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국회 보고도 빠졌다. 게다가 정부가 발표한 협상 관련 보도자료에는 한-캐나다 FTA가 미칠 경제적 영향 분석마저 빠져 있다. 한-호주 FTA 협상 때와 마찬가지다. 잇따른 FTA가 몰고 올 부작용은 계산하지도 않은 채 협상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이다. 이 쯤 되면 막가자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곳은 정작 정부다.

이래 놓고도 정부는 세계 14위의 경제대국 가운데 9개 국가와 FTA를 맺었다는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론 또한 정부 측 대변인 마냥 ‘완성차 업체 호제’, ‘세계 62%가 우리의 경제영토’, ‘자동차 얻고 축산물 양보’라는 자화자찬식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FTA 타결 때마다 제기되는 농․축산업계의 장기적 피해 불가피는 응당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기 일쑤다.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무엇을 등의 구체적인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우려되는 것은 현재 협상중인 한-중 FTA이다. 한-미FTA에 비해 약 2.4배, 15년간 약 29조원의 피해발생이 추산되는 등 채소, 과일 등 농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 협상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 마냥 타결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 나라의 농업․농촌․농민은 박근혜 정부의 개방농정 기조 아래 풍전등화의 처지에 몰린 지 오래다.

한-캐나다 FTA 협상 타결 직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한 말은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우리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 진정,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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