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만 믿고 버텨온 ‘친환경 양송이’

  • 입력 2014.03.07 10:11
  • 수정 2015.11.08 00: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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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재배하는데다 ‘균류’인 버섯은 딱히 농약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버섯 중에서도 양송이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보통의 버섯은 햇빛이 투과되는 하우스에서의 재배가 가능하지만 양송이는 철저히 밀폐된 공간에서 볏짚을 썩혀 재배한다. 공기 순환이 어렵고 습도가 높아 곰팡이나 질병에 침식되기 쉽고, 따라서 친환경 양송이를 재배하는 데에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충남 보령은 버섯 주산지다. 부여 등 같은지역 주산지들에 비해 해발고도가 200m가량 높고 기온이 2℃가량 낮아 단위 수확량이 타지역의 두 배 가까이에 달한다. 2010년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제도가 거창하게 출범하자 보령의 버섯 농민들은 유리한 기후조건을 업고 누구도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무농약 양송이 재배에 뛰어들었다. 일반농법보다 가격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지만 폭락 걱정 없이 학교급식으로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 충남 보령 지역의 친환경 양송이는 오로지 학교급식을 겨냥해 시작됐다가 판로가 막혀버렸다. 사진은 양송이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 허명숙씨. <김명래 기자>

그렇게 처음 3농가로 시작한 친환경 양송이 재배가 30농가로 확대됐고 수확량의 80% 가량을 학교급식에 납품해 왔다. 농가마다 출하 시기를 조절해 한달 단위 상시 출하 체제를 갖추는 등 이제야 겨우 기틀을 닦아 놨는데,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이 역풍을 맞아 지금은 계속해서 재고만 쌓여가는 실정이다.

학교로의 납품 비율은 수확량의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나머지 90% 이상은 일반품목으로 팔아야 할 처지인데, 친환경 양송이는 이 과정에서 더욱 큰 부담이 생긴다. 대체로 친환경 재배가 용이한 버섯 시장에서는 ‘친환경 버섯’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다. 양송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친환경 양송이는 표면이 거칠고 지저분해 보이는데, 유통상인과 소비자의 눈은 이것을 그저 ‘하품’으로 치부해버린다. 일반 양송이는 2kg당 2만~2만2,000원, 친환경 양송이는 2만1,000~2만4,000원이지만 친환경 양송이를 일반포장으로 팔 때는 6,000~1만2,000원이 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30개 농가를 총괄하는 보령친환경버섯영농조합법인 정창식 대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반으로 출하해서 손해보는 나머지 가격을 일단은 우리가 농가에 메워주고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가겠어요. 계약도 지금 30농가 중 11농가만 해놓고 19농가는 어쩌지도 못하고 있어요. 친환경 급식이 없었다면 양송이도 관행농법으로 쭉 가면 되는거였는데, 고생해서 여기까지 만들어 놓으니 뒤엎어버린거예요. 생각같아선 정치인들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친환경 양송이를 재배하는 이성우(54)씨는 말한다. “친환경 친환경 해대니 어디 하늘에서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는 줄 아나본데 우리는 버섯 하나하나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일궈낸 거예요. 정책을 내놓으면 우린 거기 맞춰서 열심히 하려는데, 농민 생각은 안하고 하루아침에 정책을 틀어버리니 이건 농민을 우롱하는거죠. 농민도 큰 피해지만 애먼 학생, 소비자들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거예요.”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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