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한우산업 보호대책 선행돼야”
“한-호주 FTA, 한우산업 보호대책 선행돼야”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4.03.02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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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강우 전국한우협회장

한-호주 FTA가 순풍을 타고 있다. 2009년 5월 협상 시작 이래 줄곧 지지부진하던 것이 지난해 12월 4일 갑작스런 타결 발표가 난 이후 지난달 10일에는 양국이 가서명을 하는 등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 한-호주 FTA가 발효된다.

웃는 쪽이 있다면 우는 쪽도 있다. 자동차, 전자기기 등 공업 분야에서는 큰 활로가 트였지만 농축산업에는 벌써부터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한우업계에서는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싸움의 한복판에 선 이강우 전국한우협회장을 만나봤다.  <권순창 기자>


- 한-호주 FTA 협상 초기부터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FTA에서 한우산업 의 위험성이 특히 클 것으로 우려되는데.
▶호주는 축산 강대국이다. 우리나라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도 가장 높고 더욱이 미국과는 달리 광우병 청정국 지위를 갖고 있어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 관세가 없어진다면 현재 국내 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는 호주산 쇠고기는 60~70%까지도 늘어날 여지가 있다. 반면 최근 13만 가구로 축소된 우리 한우 농가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지금처럼 아무런 보호대책 없는 한-호주 FTA는 한우산업이 일어서지도 못하도록 다리를 부러뜨려 놓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 호주산 쇠고기를 상대로 한우의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호주 방문을 많이 해봤지만 실상은 우리나라의 사육환경과 큰 차이가 없다. 호주나 뉴질랜드가 좋은 환경을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을 뿐 한우고기가 그들의 고기에 비해 인체에 유용한 성분이 7배 정도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호주도 대규모 농장 이외에 10~20두 규모의 소규모 농장이 많이 산재돼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정부와 축산단체의 정책이 잘 짜여져 있다. 무엇보다 사료비 등의 생산비가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지금은 40%의 관세 덕에 한우가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상태다.

- FTA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고 농식품부가 뒷수습하는 모양새라 농축산 분야에 관심이 덜한 것도 같다.
▶산자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관심이 덜하고 결과 예측을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산자부나 농식품부나 직무유기인 셈이다. 산자부는 외국 부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처다. 자국 국민과 생산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으로 방관하는 모습은 안타까울 뿐이다.

- 농식품부는 올 상반기 뉴질랜드·캐나다와의 FTA 타결 이후 한우산업 발전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기대해 볼만 할까.
▶거기에도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운다 해도 지금 당장 닥친 상황이 더 급박하다. 시기도 왜 꼭 뉴질랜드·캐나다와의 FTA 이후여야 하나. 지난해 말에 한-호주 FTA 타결을 기습 발표한 것도 그렇지만 벌써 그때부터 올해 1월에 세운다고 했던 발전대책을 2월중에 세운다, 3월에 세운다 하며 자꾸 미루는 모습은 농민들의 눈을 가리려는 것밖에 안된다.

- 앞으로의 계획은.
▶FTA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마땅히 해야 한다. 다만 피해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마련한 뒤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식량산업은 그 특성상 대책없는 개방이 이뤄질 경우 훗날 상대방의 큰 무기가 돼서 우리를 겨냥할 수 있다. 아직 국회 비준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데, 한-호주 FTA가 여전히 만족할 만한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진행된다면 우리는 전국의 한우 농가를 대표해 국회로 들어가 단식농성을 하든 삭발을 하든 이 사태를 결코 용인치 않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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