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국회비준 서둘 일이 아니다

  • 입력 2008.01.20 15:5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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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오는 2월25일 출범할 새 정부가 지난해 4월 초 타결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의 강력한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노무현 대통령이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 2월 임시국회 처리를 합의한데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도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인수위는 지난 4일 농림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미FTA 농업피해대책 기금 규모를 5조원으로 늘리라고 요구했으며, 외교통상부에게는 비준안 처리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미 쇠고기협상 문제의 구체적 대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11일 “미국 측의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기 위해 쇠고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한미FTA의 2월 국회 비준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차기정부가 이처럼 한미FTA 처리를 서두는 것은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어 집권후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한미 FTA 선대책 후논의’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우선 국내 농업 피해 대책을 충분히 마련한 다음에야 국회에서 비준 동의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고, 이에 따라 충분한 대책도 수립하지 못했는데도 2월 국회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선되자 마자 말을 바꾸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협정 상대국인 미국의 정치일정을 볼 때 한미 FTA는 어떻게 될지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8월과 9월에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지명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 이전인 7월까지 비준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회기일 기준으로 90일 이전인 3월 초까지 부시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부시 대통령은 아직도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만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FTA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힐러리나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한국의 비준동의안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미FTA는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존폐의 위기로 모는 핵폭탄이다. 현 정부도 한·미FTA는 농업에 가장 큰 피해를 불러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다. 국가전체 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에 대해서는 국민 절반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공약한 대로 결코 한미 FTA를 서둘러서는 안된다. 오히려 차기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현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제기된 의혹들을 명약관화하게 밝혀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농업통상협상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함과 아울러 그 개선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그 파괴적 위험성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간 한미FTA 비준안은 국정감사를 비롯, 철저한 검증을 거쳐 그 가부가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당선자는 한미FTA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협상결과가 농업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분석하여, 정말 국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2월 국회에서 한미FTA 협상비준안을 처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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