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얼음이 풀린다

  • 입력 2014.02.23 19:0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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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경칩 지나면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우수가 지난 19일이고 경칩이 3월6일이니 딱 보름간의 날 차가 있다. 옛 사람들은 우수가 지난 첫 5일에는 수달이 물고기 사냥을 해 말리고 두 번째 5일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세 번째 5일에 초목에 새싹이 난다고 했다.

이 보름동안 땅속의 얼음도 녹고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기후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기후(氣候)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보름간을 기(氣)라하고 다시 5일간을 후(候)라고 한다. 그러니 15일 단위의 일기 변화가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보통 기후라고 하면 사계절의 변화를 두고 생각했지 싶은데 사실은 보름간의 날씨 변화를 기후라고 했다니 날씨 변화에 매우 민감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우수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고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을 점검하고 논물도 가두기 시작 한다. 우수, 이날 이후로 농촌은 일 년 농사의 길흉을 짐작했다.

정말로 대동강 얼음이 풀리기 시작했나보다. 이명박 정권 이후 막힌 남북관계의 얼음덩어리를 대동강부터 녹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21일부터 이산가족 상봉이 3년4개월 만에 재개됐다. 이는 5·24조치로 꽁꽁 얼어버린 남북관계를 해빙무드로 이어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북의 상호비방중지와 협력관계 모색 등 제안에 오히려 남쪽이 당황하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정부의 예의 원칙이라는 신중론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던 자세와는 다르게 통일을 향한 어떤 정치적 제스쳐도 없이 북의 붕괴가 눈앞에 닥쳐온 듯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감을 먹기 위해선 감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이 익어도 장대를 만들어야 하는 고생을 해야 한다. 감이 땅에 떨어지도록 기다리면 제 입으로 들어가기는커녕 십중팔구 못쓰게 될 것이 뻔하다.

북측은 이산가족상봉 회담 시 비료 등 농업지원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즉각적으로 대답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북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늦지 않도록 비료, 비닐 등을 지원토록 해야 한다. 통일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야만 대박이 난다. 이것을 뻔히 알고 있는 정부가 통일을 날로 먹으려고 입만 벌리고 있는 듯한 모습은 실력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내외에 비칠 수 있다.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이 인권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여럿의 농민단체들이 남북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통일쌀 농사를 계속해 왔다. 우선 농민들이 북의 농민단체에게 쌀을 전달할 수 있도록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통일의 길에 가장 앞서서 가야 할 부분이 농업인줄 안다. 농민들이 북의 농민들과 대동강 녹아내린 물로 함께 농사를 준비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좋겠다. 우수, 이날 이후로 통일농업 100년을 설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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