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PED, 돼지는 안녕한가

피해규모 파악 힘들어 대책 수립 ‘난감’

  • 입력 2014.02.23 18:4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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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쏠려있는 사이 양돈 농민들은 돼지유행성설사병(PED)으로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돌기 시작한 PED가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농민들은 현재의 피해와 더불어 앞으로 돈가 형성에 미칠 후속 피해까지 걱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이달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PED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 농장에서 발생했다. 발병 확인된 두수는 4,000여두지만 표본검사에서 확인된 숫자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집계는 실제 PED 발생 상황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PED 확진시 이동제한 조치로 본인은 물론 주변 양돈농가에까지 불편을 주게 되는데다 살처분 대상 질병이 아니어서 보상금도 전무해 발병 농가들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이병규)가 파악한 PED 발생 지역은 강원·제주를 제외한 7개 도 34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최근 경기·충남·경북·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확산중이다. 전국적으로 자돈 수가 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돈협회측은 이 집계 역시 실제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지난해 11월 발생한 PED가 수그러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농가 사이에서는 자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출하량 변동에 따른 후속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PED는 큰 돼지의 경우 일종의 감기처럼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돈의 경우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인다. 발병이 확산될수록 심각한 자돈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현장의 농민들은 이미 자돈 품귀 현상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농민은 “원래 6만~7만원 하던 자돈값이 PED가 발생하고 10만원으로 오르더니 요즘엔 27만원까지 뛰었다. 오르라는 돼지값은 안오르고 자돈값만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 그만큼 PED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당장의 피해도 문제지만 농민들의 더욱 큰 걱정은 그 이후에 있다. 올 상반기부터 PED에 희생당한 현 자돈 세대의 출하기가 닥치면 출하두수가 크게 줄어 돈가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ED를 무사히 넘긴 농민들은 일단 출하량 감소로 인한 돈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수입이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입업체들이 돼지고기를 과도하게 수입할 경우 오히려 돈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이 농민은 “지금도 소비가 줄어 돈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수입물량이 정말 걱정이다. 수입만 과도하게 안한다면 양돈업은 차차 안정권에 들겠지만 수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우려했다.

한돈협회 조진현 차장은 “국내 출하두수가 줄어서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가 PED 세대가 지나 출하두수가 회복됐을 때 그 수입량이 일시에 줄지 않거나 재고가 쌓인다면 돈가는 다시 한 번 심각한 폭락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현재로선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PED 피해가 집계된 것보다 훨씬 크다고는 하지만 신고가 되지 않으니 아무것도 실체가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PED는 날씨가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날을 대비한 세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돈산업은 농민들의 우려대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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