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방을 붙이다

  • 입력 2014.02.09 22:50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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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에 장독 깨진다’ 더니 기온이 곤두박질치니 입춘방을 붙이기 열적다. 그래도 ‘입춘추위는 꿔다가도 한다’지 않는가.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을 먹으로 그려 붙일 곳도 만만찮은 문짝에 비스듬하게 붙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계절도 그렇고 시절도 그러하다.

입춘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황도)의 위치가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북반구에는 해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우리나라가 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입춘은 농경문화였던 우리민족이 태양력을 쓰지 않고 태음력을 쓴 까닭으로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도입한 24절기 중 첫 번째 날이다. 음력은 바닷가의 물때를 맞추고 배를 타고 고기잡이 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농사를 짓는 데는 태양력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는데 음력이 유리하다고 어른들은 늘 음력이 크게 인쇄된 달력을 찾곤 했다.

24절기는 음력으로는 날짜가 해마다 다르다. 그러나 양력으로는 하루 이틀 차이로 정해져있다. 양력으로는 보통 4~7일 정도면 절기중 하나가 들고 20~23일경이면 절기중 하나가 든다. 이렇게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구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에 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낼 수가 있다.

그러나 단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 절기와 서로 맞지 않는 느낌이 있다. 예를 들면 ‘대한이 소한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는 말과 같이 강추위가 몰려와야 할 대한이 춥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24절기를 우리나라 역(歷)에 바로 대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되었건 선조들은 입춘이 되면 농사준비를 하느라 바빠졌다. 요즘이야 철없는 농사가 되다보니 뭘 어느 시기에 뿌려야 할 지 별 고민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농사도 전업화 되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게 됐다. 씨앗을 넣고 모종을 기르고 돌보다 보면 자연의 순리를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인간이 자연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우려 나온다.

그것을 생활의 지혜로 삼고 있음을 도처에 볼 수 있다.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장 담그는 날까지 손으로 꼽아가며 기다렸다가 담그는 이유도 발효와 잡균의 번식과의 상관관계를 알고 있었음이다. 이렇게 씨를 넣는다든가 무슨 일을 할 때면 반드시 그 시기에 하는 것이 순리를 따르는 것이었다. 요즘 김장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가끔 김치가 물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냉장고만 믿고서 김장을 아무 때나 담근 탓 일 게다. 아파트라는 자연환경도 문제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인 입춘부터 농사를 거두어들이는 상강까지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혜의 마디마디가 24절기이고 절기마다 행해야 하는 일들이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왔다.

입춘방을 붙이며 한해의 운세를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이런저런 일들이 다경(多慶)으로 풀릴 것이란 기대감을 마음에 듬뿍 담아 먹을 찍어 일필휘지로 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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